[Market Watch]‘모회사 주주 현물배당’, 물적분할 상장 공식될까삼기EV 예심통과, 같은 방식 필옵틱스 대기...구체적 배당계획 공유 안돼, 주주반발 가능성도
최윤신 기자공개 2022-11-10 13:21:28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8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규정을 마련한 이후,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현금 배당’이 해결방안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삼기EV가 이런 방안을 제시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두 번째 주자로 나선 필옵틱스가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다만 증권업계에선 이런 방식의 상장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주주와의 소통을 통해 마련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배당액수 등이 전체 주주와 공유되지 않아 주주와 기업, 거래소 간 시각차이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거래소의 주요 ‘질적 심사’ 요건이 ‘주주와의 소통’인 만큼 주주들의 반대목소리가 커질 경우 상장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삼기EV 승인받자 ‘주주배당’ 외친 필옵틱스
2차전지 제조장비 기업 ‘필에너지’는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섰다. 지난 2020년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기업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지난 9월 물적분할 자회사에 대한 상장심사 강화 방안이 시행된 이후 두 번째로 강화된 상장예비심사를 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상장과 관련해 이미 물적분할이 이뤄진 기업들 중 물적분할이 5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정성적 평가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삼기EV가 처음으로 강화된 기준으로 심사를 받아 상장 승인을 받아낸 바 있고, 필에너지가 두 번째로 도전에 나섰다.
삼기EV의 경우 모회사 삼기의 주주와의 소통과 의견반영에 대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상장 승인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기가 올해 3월과 지난달 주주대상 간담회 등을 통해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주주 소통 노력을 지속했고, 그 결과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기로 결정해 적절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필에너지의 모회사인 필옵틱스도 삼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주주보호방안을 충족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필옵틱스는 필에너지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수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존 ‘금전 또는 금전외의 재산’으로 명시됐던 이익배당 항목에 ‘주식’과 ‘이 회사가 소유한 물적분할 신설법인의 주식’을 추가했다.
거래소는 삼기EV의 심사 통과사례를 바탕으로 필에너지의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어렵지 않게 심사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필에너지의 모회사인 필옵틱스가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을 바탕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정하는 방식이 물적분할 회사의 상장 공식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다소 불안한 시각을 보인다. 실제 공모 시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주주간담회를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했다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주식을 현물배당할지에 대해 밝힌 바 없다”며 “결국 이에 대한 시각차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삼기EV는 삼기가 삼기EV의 주식을 현물배당하겠다는 내용으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주주와 공유하진 않았다. 거래소 측에는 어느정도의 가이던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바운더리는 거래소 측에 제시했고, 거래소는 해당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장예비심사가 통과되면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더라도 상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적다. 거래소 관계자는 “물적분할 요건에 대한 질적 심사는 예비심사 당시에만 이뤄지며 공모 이후 진행되는 본심사에서는 기존과 같이 주식분산요건과 주금납입 여부 등만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삼기EV는 경우 배당 수준이 삼기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상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필옵틱스와 이후 상장을 추진하는 5년 내 물적분할 기업들은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기EV의 상장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권익과 관련한 잡음이 커질 경우 후속 주자들의 심사에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필옵틱스 역시 지난달 28일 주주간담회를 열었지만 필에너지 상장 시점에 어느 정도의 주식을 현물배당할지에 대해선 밝힌 바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물적분할 상장의 주요 질적 평가 요소가 ‘주주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의견 반영’이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제기한다면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당 늘린다는 선언과 같아...주주가치 제고 제한적”
결국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지급하는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의 ‘규모’가 물적분할 후 상장의 가늠쇠가 될 전망이다.
현재 거래소의 평가 기준에서는 이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거래소 규정에는 ‘주주 의견수렴과 주주와의 소통 등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는지’를 평가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시장의 상장기업 평균 배당률 이상을 제공하는 정도가 심사 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 수치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익배당 방식의 자회사 주식 배당 자체가 주주보호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회사의 주식을 현물로 배당한다고 해도 상법상 모회사의 배당가능 이익 내에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며 “배당을 늘리겠다는 선언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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