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사업 재편]물적분할 규제 선제적 대응…주주불만 잠재울까내년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앞서 자율적 조치, 주가는 오히려 하락
김위수 기자공개 2022-09-29 07:33:26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08:0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중심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 시트 사업을 물적분할해 한화첨단소재(가칭)를 설립한다. 이와 동시에 700억원 규모의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주주들이 물적분할이 발표되기 전날인 22일 종가 5만1000원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다.내년 시행될 예정인 물적분할 관련 규제에 앞서 선제적으로 주주보호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한화솔루션 측은 설명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거센 가운데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한 한화솔루션이 큰 반발없이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솔루션은 700억원을 들여 주식을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주주들은 2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NH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신청하면 보통주는 5만1000원, 우선주는 4만7669원에 매도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는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 23일 한화솔루션은 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 시트 사업을 물적분할해 한화첨단소재(가칭)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발표 전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주기 위한 차원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5만1000원은 한화솔루션의 22일 주당 종가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을 하는 기업들이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대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내년 초부터 이 제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첨단소재 일부 사업의 분할이 올해 안에 완료되기 때문에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는 없다. 금융당국이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별도의 조치 없이 물적분할을 단행하기에는 다소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연내 물적분할을 마무리하며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유리했다. 물적분할 규제로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모두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주주보호 방안을 주식 공개매수 형태로 정하고 금액도 700억원으로 상한을 둘 수 있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과 관련해 "(물적분할로)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주주보호방안이 미흡한 경우, 대규모 주식매수청구 발생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매수가격 결정과 관련한 최악의 상황도 피했다. 한화솔루션이 결정한 공개 매수가 5만1000원은 분할 관련 공시 전날인 22일 종가와 자본시장법 상 주식매수청구가액 중에 높은 가격으로 결정됐다. 합리적인 결정방식으로 잡음이 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한다. 주주들과 가격 협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법원에 가야 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연내 분할 완료로 규제를 피하며 이를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화솔루션의 주식 공개매수가 일부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지 주목된다. 공개매수 신청을 받기 시작한 26일 회사의 주가는 주당 4만6350원에 마감했다. 전 영업일인 23일 대비 6.74% 빠진 수치다. 통상 기업이 공개매수를 시작하면 주가가 오르는데,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물적분할을 악재로 받아들인 일부 여론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래 성장사업을 분할하는 다른 쪼개기 상장 사례와는 조금 다르다. 이번에 분할되는 일부 첨단소재 사업은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화솔루션의 첨단소재 사업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4.5% 정도에 불과했다.
물적분할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이유는 앞선 사례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증시에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자회사의 증시 입성으로 중복상장 효과가 나며 모회사 주가가 급격히 빠진 것이다.
전지사업부를 분할한 LG화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주당 105만원까지 올랐던 LG화학의 주가는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 및 기업공개(IPO)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기준 LG화학의 종가는 주당 57만1000원 수준이다. 비슷한 사례가 누적되며 물적분할 자체가 악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핵심사업의 성장을 위해 비핵심사업의 분할을 선택한 한화솔루션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태양광 사업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한화솔루션은 인적분할하는 갤러리아 부문 상장시 갤러리아 우선주 주주도 보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400억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주 상장 조건(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을 충족시켜 한화갤러리아 우선주의 미상장 가능성을 해소해 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한화솔루션 측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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