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 리포트]깨끗한나라 '부진의 늪', 빠져나올 구멍은⑧외형 작아지고 수익성과 재무구조도 악화...뾰족한 해법 없어
조은아 기자공개 2022-12-12 07:39:51
[편집자주]
일상의 모든 영역에 종이가 있다. '페이퍼리스' 시대가 열린 지 오래지만 단순 사무실을 떠나 종이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들어와있다. 그런 만큼 제지 시장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더벨이 제지업계의 변화와 제지회사들의 대처법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8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리대 파동으로 2년 연속 적자를 냈던 깨끗한나라는 2019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20년 깜짝 실적을 내며 분위기를 타는가 싶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의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다른 제지회사와 마찬가지로 원재료 가격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해상운임 상승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게 최고의 경영 과제로 지목되지만 별다른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 외형 축소, 수익성과 재무구조도 악화
깨끗한나라의 매출은 몇 년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2016년 7000억원대까지 찍었던 매출은 꾸준히 감소해 2019년 5000억원대까지 내려왔다. 깨끗한나라 매출이 5000억원대를 보인 건 2011년 이후 8년 만이었다. 그 뒤 2020년과 2021년까지 3년 연속 5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깨끗한나라는 크게 PS사업부문(제지)과 HL사업부문(생활용품)으로 나뉜다. 제지사업부문은 포장재로 주로 쓰이는 백판지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으며, 생활용품사업부문은 두루마리 화장지, 위생용 휴지, 기저귀, 생리대, 물티슈, 마스크, 손소독제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
2개 사업부문 모두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매출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올들어 제지사업부문의 매출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수출 물량이 예전 수준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분기별로 700억~800억원대에 그쳤으나 올해는 분기마다 900억원을 넘기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생활용품사업부문은 분기 매출이 600억원 안팎을 오가며 별 변동이 없다. 원래 2개 사업부문의 매출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올들어 제지사업의 매출 비중이 60%로 높아졌다.
외형이 작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 역시 악화되고 있다. 두 사업부문 모두 원재료 부담이 큰 탓이다. 주로 사용하는 원재료는 펄프와 고지(폐지)다. 펄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고지는 국내에서 조달하는데 지난해부터 둘 다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50%에 이르는 만큼 해상운임 폭등의 영향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지난해 영업이익이 114억원으로 전년의 20%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증가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6.3% 감소했다. 특히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3분기 영업이익이 6억원으로 전년 56억원에서 무려 50억원이나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매출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1~3분기 매출원가가 40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13억원보다 500억원 넘게 증가했다.
2년 연속 경영이 악화하면서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90.9%로 지난해 말의 160.9%보다 30%포인트나 높아졌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0년 말 99.4%, 2021년 말 106.3%에서 올 3분기 말 138.4%까지 높아졌다.
순차입금비율도 100%를 넘었다. 순차입금비율은 총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이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높을수록 당연히 차입에 기대는 정도가 많다는 의미다.
◇신사업에도 신중...해법은?
더욱 큰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깨끗한나라는 신사업 진출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서 신제품 개발과 고급화 등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 소재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먹는 샘물 제조 및 판매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전에도 꾸준히 생수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주총 2년이 다 돼도록 관련 움직임이 없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실적마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새 사업에 진출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올해 초 진행된 영풍제지 인수전 예비입찰에 참가했으나 본입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풍제지 지분 50%는 1289억원에 대양금속에 넘어갔다.
영풍제지는 골판지 원지와 지관 원지를 생산하는 곳이다. 지관은 두루마리 휴지 심처럼 종이나 직물을 감는 데 쓰는 종이를 말한다. 깨끗한나라의 주력 제품이 백판지인 만큼 다른 종류의 종이를 생산하는 영풍제지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풍제지 역시 원재료 가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깨끗한나라는 최현수 사장과 김민환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2명 모두 2019년 2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최현수 사장은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장녀이자 최화식 대한펄프공업 창업주의 손녀로 오너 3세다. 1979년생으로 2006년 깨끗한나라 마케팅부에 입사했으며 경영기획실장, 생활용품사업부장 등을 거쳐 2020년 3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대주주는 최 사장의 남동생 최정규 이사다. 현재 보통주 16.12%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타비상무이사였으나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최 이사는 1991년생으로 최 사장과 나이 차이가 꽤 난다.
그간 최병민 회장을 대신해 최 사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최정규 이사가 사실상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에 돌입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머지않아 경영구도에 변화가 생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톱티어 부족한 '비은행'…전략 마련 고심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제2의 '베트남' 찾을 수 있을까
- 미국 증권사 인수한 한화생명…자산운용 시너지 겨냥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높은 주가 상승률…'의지'가 '타이밍'을 만나면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불리한 출발선…'내실'은 챙겼다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연착륙' 끝났다…'연말 인사'에 쏠리는 시선
- [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후반전 시작, 남은 과제는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균형점은
- [금융지주 밸류업 비교]'결과'로 말한다, 달랐던 시장 반응
- [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한화생명, 본업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