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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육 한양이엔지 회장, '장남 vs 차남' 승계 고민? 문화사업가 장남 김범상 씨 잇단 자사주 매수, 한양디지텍과 분위기 달라

구혜린 기자공개 2022-12-13 08:02:23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양이엔지 후계구도에서 한동안 배제돼 있던 오너가(家) 장남 김범상 씨가 다시금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범상 씨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소재 복합예술공간 '피크닉'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문화사업에서 특기를 보인 인물이다. 부친의 뒤를 잇기보다 전공을 살려 개인사업에만 몰두할 것이란 추측이 많았으나, 최근 잇단 자사주 매입 행보에 나서면서 내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형육 한양이엔지 회장의 장남 김범상 씨는 지난 9월과 10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 7만6264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김 씨의 한양이엔지 지분율은 기존 2.39%(43만161주)에서 현재 2.81%(50만6425주)로 상승했다.

김범상 씨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은 갑작스러운 일이다. 한양이엔지의 코스닥 상장(2000년) 이후 최대 80만주까지 보유하고 있던 그는 2009년 지분을 대량(58만3800주) 매도한 뒤 장기간 2%대 초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분율 변동은 2010년 이후로 전무했다.

한양이엔지 내부 변화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형육 회장은 한양이엔지와 한양디지텍의 최대주주로 두 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양디지텍은 2004년 한양이엔지로부터 인적분할된 회사로 설립 직후 블록딜 이후 현재까지 양사가 얽힌 지분 관계는 없다.

올해 만 77세인 김 회장은 한양디지텍에 대해선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확정했다. 한양디지텍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는 차남 김윤상 대표(9월 말 기준 지분율 13.20%, 201만2335주)에게만 지난해 무려 120만주를 증여했다. 장남 김범상 씨도 한양디지텍 부사장을 담당하고 있지만, 소유주식이 73만주에 그쳐 지분율 갭이 큰 상태다.


문제는 한양이엔지다. 초기 외부에선 한양이엔지도 차남 승계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운 게 아니냔 분석이 많았다. 한양디지텍과 달리 한양이엔지는 장남과 차남(9월 말 기준 3.93%)의 보유 지분 격차가 크지 않지만, 차남의 지분율이 좀 더 높고 부사장으로 경영총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김범상 씨는 지난 3월 임기만료로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김범상 씨가 반도체 사업과는 무관한 길을 걷고 있는 점도 분석에 힘을 보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그는 2014년 5월 부동산 컨설팅, 건축 및 전시기획업체인 글린트를 설립했다. 글린트는 2018년 서울 후암동에 복합예술공간인 피크닉을 설립하고 각종 전시에 흥행, 최근엔 영화 제작·배급·상영, 출판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김형육 회장이 한양이엔지의 후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양이엔지와 한양디지텍의 자산은 각각 6000억원, 2000억원이며 연간 매출액 역시 9000억원, 3000억원 수준으로 양사의 덩치 차이는 상당하다. 한양디지텍보다 한양이엔지 후계구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한양디지텍과 달리 한양이엔지는 승계에 관해 결정된 게 없다고 알고 있다"며 "김형육 회장의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고 최근 김범상 씨도 한양이엔지 지분을 늘리려고 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이사직 사임 이후에도 김범상 씨는 한양이엔지 보직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 현재 한양이엔지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한양이엔지 관계자는 "등기임원에서만 사임한 것이며 미등기임원으로 직급, 직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서는 "오너 일가에서 결정하신 것이라 사정을 자세히 알긴 어렵지만, 기업가치에 비해 지금이 주가가 싸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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