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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정책 대담]"불확실한 대외환경 헤쳐나갈 유일 해법은 '기술패권'"④양향자 반도체 특위위원장과 김용석·안기현 특위위원이 말하는 대안

김혜란 기자공개 2022-12-16 12:13:13

[편집자주]

반도체를 사이에 두고 국가 대 국가의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반도체가 한 국가의 안보자산으로 관리되면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지원을 쏟고 있다. 한국도 '반도체 초강국 건설'을 목표로 정부와 국회, 산업계, 학계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와 정부, 산학연을 대표할 인사들을 만나 지금 필요한 'K-반도체' 정책과 지원책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올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대외 변수가 부각되고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증폭됐던 시기다. 미국과 중국 갈등 사이에 낀 'K-반도체'가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더벨과 대담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당면한 과제는 미국의 규제로 중국 공장에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이 어려워졌는데, 이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다. 중국 현지에 메모리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수출 규제를 1년 유예받았으나 1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과 정부, 국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

◇미-중 갈등 속 장비규제, '기술주도권' 쥐어야 길 찾아

양 의원은 "미국이 1년 유예를 한 건 지금 제재를 하면 미국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1년 후에도 미국에 손해가 되게끔 우리가 준비를 제대로 해서 (규제를) 아예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로워지려면 결국은 '기술 패권'을 쥐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무도 "전 세계 공급망에서 한국이 굉장히 중요하다. 메모리의 경우 (D램과 낸드를) 60%를 한국이 공급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걸 갑자기 끊어버리면 반도체 부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니 1년 유예한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어 "(유예받은) 1년 사이에 우리의 중요성을 더 높여야 한다. 미국 마이크론이 막 달리고 있는데 먼 산 바라보듯 있으면 안 된다. 기술과 생산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은 마이크론보다 기술 경쟁력에서 더 우위에 서고, 생산 시설 규모를 키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정부가 도울 일은 투자 지원과 인재 양성, 규제 완화다.

김 교수도 "(유예가)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다"며 "메모리도 차세대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칩4 동맹, 정부 역할 부각…얼마나 준비됐나

반도체는 이제 '핵우산'에 비유될 정도로 한 국가의 안보 문제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 사이에서 자국의 안보자산을 지키려는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 의원은 "이제는 외교와 안보, 통상의 이슈까지도 (반도체) 기술 영역이 돼 버렸다"며 "기술을 모르고는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미국 상무부와 협상하려면 한국 외교관들이 반도체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 상무부에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이 포함돼있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기술을 모르고는 협상이 안 되는데 그런 부분을 우리가 얼마나 해낼 수 있을 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칩4동맹이 나왔을 때 몇 개월 동안 우리가 참여해야 하느냐, 마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정치외교학과 교수들이 보면 중립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기술을 알면 무조건 동맹에 들어가야 하는 거다. 반도체 (설계, 제조장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우리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팹리스·OSAT·소부장 예산 지원 확대해야

세 사람은 메모리 산업뿐만 아니라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OSAT(후공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양 의원은 "소부장은 수천가지의 기술 줄기를 기둥으로 세우는데 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팹리스도, OSAT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설계 인력을 양성하겠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에서 각각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말고 계속 집행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스스로 반도체 계약학과를 늘리고 운영하고 있으니 예산을 삭감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안 전무는 소부장 생태계 육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3년 6개월 정도밖에 안 됐단 점을 거론하며 예산 지원도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무는 "실제로 우리가 소부장을 본격적으로 한 게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때부터고 그 전엔 크게 신경을 안 썼다"며 "소부장은 단기간에 개발될 수 없다. 지금 자꾸 무슨 성과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팹리스와 자국 세트(완성품) 업체 간 협업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트의 경쟁력도 그 안에 들어가는 칩에 의해서 나온다. 세트 경쟁력의 하나의 원천으로 팹리스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도 "결국 살아남는 팹리스는 대기업의 시스템에 장착될 수 있는 회사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팹리스와 파운드리, 둘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를 각각 키우고, 서로 연결고리를 단단히 하는 데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팹리스 국책과제에서 자유과제 비중을 70%로 높이되 실패를 용인하고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입법 개정 없이 제도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연구소도 보다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넘어갈 수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반도체 특위위원장인 양 의원(가운데)과 안 전무(왼쪽), 김 교수가 더벨과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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