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초우량 KT도 '비'는 피한다…비용절감 '먼저'9년래 최소 금액 공모…차입구조 단기화 ‘2년물 편입+10년물 제외’
이경주 기자공개 2023-01-16 09:13:06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08: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보유하고 있는 KT도 소나기(고금리)가 내릴 때는 피했다. 김영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첫 조달에 나서면서 세운 전략은 ‘비용 최소화’다. 9년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공모액을 1000억원 줄였다. 만기구조(트렌치) 역시 9년래 최초로 중단기물로만 구성했다. 연간 50억원 내외 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가장 확실한 비용절감은 채권 발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조달을 멈출 수는 없다. 공모액과 트렌치 조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
◇3000억 발행, 2015년 이후 처음
KT는 적극적으로 레버리지 경영을 해온 회사다. AAA급 신용도를 기반으로 초저금리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기에 펼친 전략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11조5772억원, 자산총계는 40조6515억원이다. 차입금의존도가 28.5%로 낮지 않다. 총차입금의 76.3%(11조5772억원)는 회사채다.
회사채 발행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2015년부터 기관투자자 자금이 풍성한 시기인 매년 1월에 거의 고정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한 번에 4000억원을 웃도는 물량을 쏟아냈다. 2015년 1월엔 4500억원 2016년 4000억원, 2018년 5000억원, 2019년 5000억원, 2021년 4000억원, 2022년엔 4000억원 규모였다.
초우량 신용도 위상에 걸맞게 만기가 10년과 20년에 이르는 초장기물도 고정적으로 편성했다. 20년물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총 5차례, 10년물은 2022년까지 6차례 넣었다. 차입구조 장기화를 저리에 도모할 수 있었다. 20년물은 가장 최근인 2021년 1월 발행금리가 1.98%였다. 10년물은 같은 시기 1.85%였다.
올해는 확연한 변화를 줬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월 3000억원어치만 발행하기로 했다. 시장 위축에도 KT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넘쳐나던 상황이었다. 이달 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신청액이 2조8850억원으로 사상최대치였다. 평소 패턴대로 4000억원 이상 발행이 가능했지만 무리하지 않았다.
트렌치에 이례적으로 중단기물로만 구성했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년물(700억원)을 편성했고, 나머지는 3년물(1500억원)과 5년물(800억원)을 넣었다. 9년간 고수했던 10년물은 제외했다.
고금리 시기 비용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다.1000억원을 축소한 것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 규모는 최소 연간 45억원이다. 가장 금리가 싼 KT 2년물 민평금리(9일 기준 4.516%)에 대입한 이자다. 과거처럼 10년물을 편성했다면 2년물보다 비싼 금리로 더 오랜 기간 이자를 내야 한다.
KT는 이미 이자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2189억원을 지출했는데 전년 동기(1915억원)보다 270억원 가량 불어난 금액이다.
◇현금흐름 마이너스, 차입 중단은 불가
비용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회사채를 찍지 않는 것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보유현금으로 상환하면 된다. 하지만 KT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쉽지 않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다.
KT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조2086억원이다. 여기서 5G망 커버리지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Capex)로 같은 시기 3조1585억원을 썼다. 배당으로도 4768억원을 지출했다. 이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프리캐시플로우, FCF)는 마이너스(-) 4267억원이 됐다.
더불어 KT는 플랫폼 관련 신사업 육성을 위해 에이치씨엔, 미디어지니, 밀리의서재 등 관계기업 지분투자에 거액을 쏟고 있다. 관련지표인 ‘투자자산 처분액’이 지난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 8187억원이다. 그만큼 주식자산을 샀다는 의미다. 이에 FCF에 '투자자산 처분액'까지 감안한 내부순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1147억원에 달했다.
부족한 현금을 차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총차입금(11조5772억원)은 전년말(9조5646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었다. 김영진 CFO가 유동성 관리와 비용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3000억 편성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비용절감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며 "특히 KT는 상징성(AAA급) 덕에 다른 딜에 영향을 주는 발행사인데, 이번공모에 무리하지 않으면서 전체 시장 금리가 적정선을 찾는데 긍정적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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