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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KT, 김영진 CFO '시간차 전략' 통했다공모 일정 앞당겨, 연기금 수요 흡수…SKT 대비 10bp 절감

이경주 기자공개 2023-01-16 07: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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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9일 16: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AAA)가 2023년 첫 공모채 빅딜을 크게 흥행시킨 것은 정교한 전략이 있기에 가능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KT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영진 전무)의 시기 선정이 탁월했다고 보고 있다. 대체투자로 넘어갈 수 있는 자금을 ‘시간차 전략’을 통해 흡수해 수요를 극대화 시켰다는 평가다. 덕분에 직전 등판한 경쟁딜 보다 금리를 적잖게 낮출 수 있었다.

◇2.8조 수요 ‘사상 최대’…경쟁딜 대비 10bp 이상 절감

KT는 이달 6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198회차 공모회사채에 대한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최초 모집액은 1500억원이었으나 3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트렌치(만기구조)별로 2년물 400억원, 3년물 1500억원, 5년물 800억원이다.

앞서 이달 4일 진행한 수요예측이 크게 흥행한 결과다. 금리가 만족스럽게 형성돼 증액을 결정했다. 3년물은 모집액(400억원) 대비 12.1배(4850억원), 5년물(700억원)은 22.2배(1조5550억원), 7년물(400억원)은 21.1배(8450억원) 수요를 모았다. 전체 참여액이 2조8850억원으로 수요예측 사상 최대치였다.


덕분에 고금리 시기에도 비용을 적잖게 절감하게 됐다. 증액 결정에도 2년물은 민평금리 대비 50bp, 3년물은 56bp, 5년물은 61bp 낮게 금리가 결정될 전망이다. 청약일 하루 전인 이달 11일 민평금리에 해당 수익률을 가산해 발행금리가 최종 정해진다.

50bp 이상의 금리절감은 지난해 시장이 침체된 이후 KT가 처음이다. 대다수가 민평금리보다 높게 발행했고 절감한 사례는 손으로 꼽는다. 지난해 말 같은 AAA급으로 경쟁딜인 SK텔레콤 정도가 양호한 성과를 냈는데 KT는 SK텔레콤보다도 한 차원 높은 결과를 얻었다.

SKT는 지난해 12월 14일 2년물(1000억원)을 민평금리보다 40bp 낮게, 3년물 (900억원)은 46bp, 5년물은 40bp 낮은 금리로 발행했다. 수요예측 참여 금액은 1조9350억원이었다. 흥행한 딜로 평가받지만 KT 같은 트렌치들보다 10bp 이상 비싼 가격에 최종 금리가 형성됐다. 불과 보름여 만에 난 차이다. 10bp는 발행액이 3000억원이라면 3억원(0.1%)의 비용차이를 내는 규모다.


◇연기금 동향 파악, 시간차 공모…시장 맏형 역할 호평도

KT는 수요 극대화를 위해 연기금의 투자동향을 파악하고 수요예측 일정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초우량등급인 덕에 평시에는 대형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채권 투자처 1순위였다. 공모 시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적정 수요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시장침체기에는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연기금이 올해 대체투자를 확대한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연초 관련 투자가 집행되기 전에 공모를 하기로 했다. KT가 공모일정을 과거엔 1월 중하순에 잡았는데 올해는 1월 4일로 잡은 이유다. KT는 지난해는 1월 20일, 재작년엔 1월 19일에 수요예측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각종 공제회나 연기금이 작년 대체투자 한 것들에 대해 추가로 자금을 넣어야 할 상황이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에 연초 예산을 편성할 때 KT 채권이 포함될 수 있도록 수요예측 시기를 평소보다 1~2주 앞당겼는데, 이것이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차원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KT 흥행이 다른 딜을 투심을 자극해 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는 맏형 역할을 해냈다. KT 수요예측 하루 뒤인 5일 포스코(AA+)가 3500억원 모집에 3조9700억원 수요를 모았다. KT가 달성한 신기록(2조8850억원)을 하루 만에 갱신했다.

불확실성이 적은 KT가 첫 빅딜주자로 등판해 시장 분위기를 달궈 놓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평가다. 또 다른 IB관계자는 “KT는 국내에 손꼽히는 초우량 발행사기 때문에 침체기 시장 투심의 바로미터가 된다”며 “다음날 포스코의 흥행은 KT로 투심이 확인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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