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건설 주가가 혼탁하다. 이달 5일 장중 한 때 8770원을 찍으며 전날 대비 28% 오르더니 다음날 곧바로 하락해 80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거래일 이틀 동안 2% 안팎으로 올랐던 주가가 이날(11일) 다시 1.7% 가량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오랜만에 웃는 듯하더니 일장춘몽이 됐다.주가가 널을 뛴 이유는 단 하나다. 건설 한파에 떨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는 '중동의 붐' 수혜주로 금호건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세계 3대 도시 도약을 위해 10년 동안 1경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4일 발표한 영향이다.
다수 건설업체 주가가 올랐지만 금호건설 상승폭은 단연 컸다. 사실 막연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2007년 두바이 신공항 및 아부다비 관제탑 등 현지에서 금호건설이 시공한 트랙 레코드가 주가 상승 근거였다. 당장 해외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인데 '꿈을 먹고 사는' 주식 시장에서는 상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급락한 배경을 찾는 건 그나마 상식적 수준에서 가능하다. 16년 전 두바이에서 수주를 따냈던 당시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금호건설 '펀더멘털'은 보잘 것 없다. 당시 연결기준 15조원이 넘었던 자산 규모와 8조7000억원에 달했던 매출 외형이 지난해(잠정) 각각 1조6000억원, 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른 주가를 지탱할 만한 힘이 없다.
과거처럼 정부의 힘을 받아 해외 사업 추진 선봉장에 설만한 힘 있는 그룹 대표자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과거 한 때 재계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지주사 금호건설)을 지탱했던 건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경련 부회장을 맡아 경제사절단으로 정부의 해외 순방길을 함께 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특정경제범죄로 지난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박 회장을 대신해줘야 할 아들 박세창 사장은 두문불출이다. 2021년에야 대표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경영과 재계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답답함이 있다. 그를 보필하는, 10년 넘게 사장을 맡은 베테랑 서재환 대표이사도 조용하기만 하다. 국내를 떠나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뛰지 않는다. 승어부(勝於父)는 다른 동네, 전문경영인은 임금피크급 상황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날 첫 UAE 사절단을 꾸렸고 거기에 금호그룹은, 박세창 사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기업 24개, 중소·중견기업 69개, 단체·협회조합 7개 등 무려 100개에 달하는 기업 대표자로 구성된 역대 최다 규모 사절단인데 금호는 없다. 대관도 홍보도 조용하다.
주변에 따르면 박 회장이 과거 아시아나항공을 놓치고 재계순위 50위권으로 밀려났을 때 가장 우울해했던 부분은 의외로 순위가 아니라고 한다. 경제인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들 범주에서 밀려났다는 것. 그것 자체가 울분의 배경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욕심이지만 달리 보면 그룹을 지탱하던 힘이었다.
영광스러웠던 그룹사의 위상은 이제 없고 구심점 박 회장도 없다. 역할을 대신할 아들은 조용히 중견사 수준 유지만 생각 중인 듯하다. 금호건설에는 옛 영광을 찾으려고 뛰는 인사가 안 보인다. 씁쓸하게도 투자주의보 기업이란 타이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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