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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운용 실태 점검]인적분할의 자사주 활용 '마법일까 꼼수일까'②대주주 및 오너일가 지배력 높이는 '자사주 편법'

문누리 기자공개 2023-01-27 07:36:56

[편집자주]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요 업무가 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제3자 교환,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등 처분 방식에 따라 회사의 경영과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에 대한 규제는 다양한 법안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왔다. 새해 금융당국이 자사주 관련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THE CFO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사주 운용 실태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8일 14: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일가 등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사주 마법 혹은 꼼수'를 통해 추가 비용없이 지배력을 높이는 케이스가 왕왕 등장하고 있다.

사실 어떤 이유든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소각하지 않는다면 주주 환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각 없이는 시장 내 해당 주식의 유동성이 감소하지 않는 만큼 궁극적으론 주주가 얻는 이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각 계획이 없는 자사주는 주주 대신 오너일가 등 대주주의 어떠한 활용 필요성 때문에 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갖고 있는 대표적인 목적으로는 인적분할 시 활용, 타사 주식과의 스왑, 우호세력에 매각 등이 꼽힌다. 이 같은 '자사주 꼼수' 케이스는 법적으로 배임으로도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목소리가 늘어나면서 현재 금융당국은 주주 친화 정책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자사주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case 1: OCI,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자사주 마법 수혜자 되나

OCI가 인적분할 이후 자사주를 사들여 기업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우호적인 기업에게 넘기면서 우호세력 지분으로 의결권을 만들고 인적분할 과정에서 오너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자사주가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OCI는 이사회를 열고 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 등 화학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올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분할이 최종 확정되고 5월에 공식적으로 분할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후에 진행되는 지주사의 공개매수 작업이다. 이때 OCI홀딩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OCI 지분을 공개매수하게 된다. OCI 지분을 매수한 대가로 OCI홀딩스의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다.

이 경우 대주주→지주회사 OCI홀딩스(존속회사)→사업회사 OCI(신설법인) 구조가 돼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 이때 그룹 지배력 극대화로 활용될 자사주 이슈가 등장한다.

OCI는 작년 11월 인적분할 공시를 직후 자사주 30만주를 집중 매입했다. 올해 4월 말 인적분할 배정 기준일 이전에 사들인 자사주를 통해 얻게 되는 분할 신주는 '현물 출자'처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율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다.

OCI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와 OCI 각각 69대 31이다. OCI가 가진 자사주 지분 1.25%를 활용해 신설되는 OCI 주식 0.56%를 추가로 받게 된다. 미리 확보한 자사주가 최종적으로 분할 이후 OCI홀딩스 및 OCI 지분을 늘리는 '효자 주식'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OCI는 자사주를 이우현 부회장의 외부 우호세력과 바꾸면서 오너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 다른 기업 주식과 스왑할 경우 의결권이 있는 우호 지분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OCI는 2021년 '전략적 사업제휴' 명분으로 자사주를 우호세력 금호석유화학에 넘기면서 의결권을 만든 케이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과 공개매수 과정을 통해 추가 자금 소요 없이 최상위 회사의 지분율을 끌어올린다면 가장 효율적인 지배력 확보 방법이 된다"면서 "분할 시 OCI홀딩스와 OCI의 주가 차이도 오너들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se 2: 동국제강, OCI와 유사 구조로 지배력 확대 예상

OCI가 인적분할을 공식화한 그 다음달 동국제강도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철강 사업을 열연 신설법인인 '동국제강'과 냉연 신설법인인 '동국씨엠'으로 분리하는 결정이었다. 기존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한다. 올해 5월 인적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 시 6월 1일이 분할 기일이 된다.

동국홀딩스는 분할을 완료한 뒤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이 같은 방식은 OCI와 매우 유사하다. 마찬가지로 동국제강도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모습이다.

인적분할 이후 통상적으로 실질적인 현금이 나올 만한 주력 사업이 거의 없는 지주회사보다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회사의 주가가 더 오르기 마련이다. 동국홀딩스 주가 대비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가치가 높아지면 대주주 입장에선 이득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싼 가치의 주식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존속회사 동국홀딩스의 자사주가 되는 동시에 신설법인 동국제강, 동국씨엠의 지분을 동일한 비율로 보유하게 만든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의 자사주는 오너 일가의 사업회사 지분과도 교환 가능하다. 이 경우 오너 일가의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과 지주사의 사업회사 지분율이 함께 높아진다. 현재 동국제강의 최대주주는 지분 13.94%를 갖고 있는 장세주 회장이며, 장세욱 부회장(9.43%), 4세 장선익 전무(0.83%)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은 26.28%가 된다.

장선익 신임 전무는 기존 동국제강 지분율이 0.83%에 불과하다.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장 전무는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동국씨엠의 지분을 각각 0.83% 갖게 된다. 그런데 장 전무가 사업회사인 동국제강·동국씨엠의 지분을 모두 현물출자하고 지주사 동국홀딩스 지분으로 교환하면 자연스럽게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case 3: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출범 과정서 자사주 활용 주목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사주 활용도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양사가 들고 있는 자사주가 오너일가의 실효지배력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 1일자로 현대백화점(존속법인)과 현대백화점홀딩스(투자회사)로 분할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방식이다. 이와 유사하게 현대그린푸드도 같은 날 현대지에프홀딩스(존속법인)와 현대그린푸드(급식 및 식자재 유통업)로 분할한다.

분할 이후 현대백화점 계열은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손자회사로,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바뀐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원칙적으로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거치면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정되면서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지는 '자사주의 마법'이 이뤄진다.

◇대주주 및 오너일가 지배력 높이는 '자사주 편법'

기업의 인적분할 시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발생하는 신주 배정을 거쳐 의결권이 없던 지분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오너일가가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지주사 신주와 맞바꿔 지배력을 높이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인적분할 이후 지배주주와 외부주주의 존속회사 지분 비중 차이는 그 전보다 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자사주 마법과 자사주의 본질' 보고서에 의하면 2000~2021년 상장기업 인적분할 사례 193건 종합 결과, 인적분할 이후 외부 주주의 보유비중은 기존보다 6%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인적분할 후 오너일가 등 지배주주의 존속회사 지분율은 15%포인트 올랐다. 신설회사 지분율은 11%포인트 오르면서 인적분할은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자산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자사주를 활용하면서까지 부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돼 배분되는 현상으로, 배임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자사주 꼼수를 줄이려면 자사주 취득 시 자본 환급, 주식 소각으로 이어지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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