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현대백화점]지누스에 달린 '현금창출력', 8000억 몸값 증명할까①한무쇼핑 분리 '수익성 보강' 과제, 리빙·글로벌 확장 집중
박규석 기자공개 2023-01-27 07:47:20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10: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이 리빙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지누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될 경우 주요 계열사인 한무쇼핑의 현금창출력을 대체할 재원으로 평가받고 있다.2022년 9월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부문 분할을 통해 설립된 분할신설회사(가칭 현대백화점홀딩스)가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분할존속법인은 현대백화점이며 전환 방식은 현물출자와 신주발행방식 등을 검토 중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이번 지주사 전환 작업에서 주목해 볼 수 있는 부분은 현대백화점의 미래 현금창출 역량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 설립 등이 마무리될 경우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한무쇼핑이 연결실체에서 제외되는 만큼 영업 기반의 현금창출이 저하될 수 있다. 한무쇼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백화점 사업은 물론 지난해 인수한 지누스의 빠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8700억 빅딜 '지누스' 인수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현대백화점그룹 내에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의 계열사가 리빙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던 만큼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둔 인수였다.
지누스는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기업이다.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캐나다와 호주, 일본, 유럽 등에 진출해 있다.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대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 중인 게 특징이다. 나아가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월마트 매장에 매트리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지분 36.88%를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은 8790억원이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금은 2300억원이 사용됐고 나머지 자금은 회사채 등을 통해 3800억원, CP를 활용해 2700억원이 조달됐다. 당시 M&A(인수합병)는 현대백화점그룹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는 패션기업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한 게 빅딜(Big Deal)이었다.
지분 인수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의 여파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상환 여력은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현대백화점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원 규모다. 연간 60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영업 기반의 현금 창출 규모를 고려하면 1년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누스 인수에 사용된 차입금 6500억원의 상환은 충분하다.
부채비율도 상승하기는 했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66.2%에서 지난해 3분기 말에 83.9%까지 상승했다. 다만 경쟁사인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각각 103%, 149%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풀이된다. 업종 또는 기업 형태별 차이가 존재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코스피 평균 부채비율인 115%보다도 낮다.
◇떠나는 한무쇼핑 '수익성 공백' 해소 과제
현대백화점의 경우 그룹 내 리빙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지누스를 성장시킬 예정이다. 가구·인테리어를 전문으로하는 현대리바트와 건자재 사업을 맡은 현대L&C를 통해 시장 내 서비스 차별화 등을 이루는 게 목표다. 지누스 등을 포함한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사업부문 매출은 2021년 말 기준으로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누스를 통해 글로벌 사업의 확장성도 강화할 수 있다. 2021년 말 연결 기준 지누스의 매출은 1조1200억원 규모다. 이중 글로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육박하며 대부분은 미국에서 거둬들인 실적이다.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출 비중도 전체 매출의 80%에 달해 중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채널 강화도 꾀할 수 있다.
이러한 지누스의 성장성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현대백화점에게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될 경우 연결실체에서 제외되는 한무쇼핑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무쇼핑은 무역센터점과 목동점, 킨텍스점 등 총 6개의 점포 운용을 통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끝나면 이러한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홀딩스로 편입되는 만큼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알짜 계열사가 빠져나가게 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 감소는 현금창출과도 연관되는 만큼 사업 기반 확대는 중장기 과제나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공급망 불안과 원재료 상승 등 대외적 요인으로 지누스 실적이 일시적으로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현대백화점 자회사로서 지누스가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재무적으로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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