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삼국지 흔드는 알뜰폰]이통 계열 알뜰폰 자회사 합산규제 의미 있나②규정 위반 시 제재 없어, 기준도 모호…금융권 진출 형평성 논란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30 13:15:34
[편집자주]
알뜰폰(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 시장에 등장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통신 3사의 위상이 공고하지만 최근 들어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기존 사업자들의 대응 방식도 다르고 금융권을 중심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신규 사업자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알뜰폰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주요 플레이어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09: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뜰폰 시장에 '합산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의 과점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지난 몇 년간 논의가 이어졌다.현재는 이들의 시장점유율(M/S) 합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규정 위반 시 제재 방안을 정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고 사물지능통신 서비스 회선(M2M)을 포함해 M/S를 따지는지 등 기준도 모호해 이해관계자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이다.
규제 명분도 미약하다. 과거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는 모두가 동참하라고 주문했는데 막상 시장이 커지니 '골목상권'을 대기업이 침해한다는 식의 논리를 들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금융권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진다.
◇핸드셋 기준 알뜰폰 시장서 통신 3사 자회사 차지하는 비중 절반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달 말 알뜰폰 분야에 대한 시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독과점 산업으로 판단해 경쟁 촉진 방안 등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해 작년 5월부터 연구용역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작년 9월 기준 국내 핸드폰 가입자의 12.7%인 706만명이 알뜰폰을 이용하는데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 5개사가 여기 해당한다. 작년부터는 KT스카이라이프가 인수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HCN도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 52개 알뜰폰 사업자가 확보한 휴대폰(핸드셋) 회선 가입자 가운데 50.8%가 이동통신 3사 자회사로 파악됐다. 2019년 37.1%, 2020년 42.4%에 이어 이 비중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작년에는 쏠림현상이 심화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가 2019년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한 영향을 제외해도 모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이전 효과, 고객서비스 편의성 등 경쟁력에 힘입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단말기 장려금이나 고객지원과 같은 비가격적 요소에 관해서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불분명한 패널티·기준·적용대상…규제 명분도 미약해
소비자단체 등은 이런 통계를 근거로 삼아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고착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알뜰폰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정부 역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모양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4년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합산규제를 어기더라도 어떤 페널티를 부여할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사물지능통신(M2M) 회선을 포함하느냐가 관건이다. 가령 차가 지나갈 때 이를 인식해 켜졌다 꺼지는 스마트 가로등에 쓰이는 통신 모듈 역시 알뜰폰 회선으로 잡힌다. 매장 포스(POS) 기기나 자판기 등도 마찬가지다. 핸드셋 기준으로는 가입자 M/S가 50%를 넘었지만 사물지능통신(M2M) 회선을 포함하면 아직 기준을 넘지 않았다.
ICT 업계 관계자는 "등록 조건을 걸 때 핸드셋만 기준으로 하는지 IoT도 포함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M/S 50%의 기준을 달리 볼 수 있다"며 "또 해당 기준을 초과했을 때 어떤 제한 조치를 주는지에 대한 부분 역시 누락됐다"고 전했다.
최근 자본이 탄탄한 KB국민은행 등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라는 변수도 추가됐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이동통신 3사와 KB국민은행 등 대기업 계열사가 올린 매출은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평균 45%를 차지했다.
이동통신 3사 자회사만 규제할 경우 금융사와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금융사는 통신 고객 데이터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알뜰폰 사업에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 원칙적으로 알뜰폰 자회사의 영업이나 마케팅 등을 지원할 수 없는 이동통신사와 비교하면 금융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규제 명분 자체가 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알뜰폰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을 땐 정부가 과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없이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도록 주문했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이 중소사업자 전용 시장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은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한 게 아니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시장이 확대된 케이스"라며 "오히려 과거 정부 정책에 협조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는데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규제하는 게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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