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사 M&A 포트폴리오 돋보기]하만 이후 로봇·AR…삼성의 스텝이 보여주는 '초연결' 그림③핵심은 자동차와 스마트홈 경계 허무는 확장 전략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14 12:48:30
[편집자주]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신성장동력 창출이란 결실을 가져온다. 반대로 인수 후 통합(PMI)이 잘 안돼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아픈 손가락'이나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테크3사(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역시 M&A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테크 3사의 M&A 포트폴리오를 두고는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이 공들여 키우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잘 뿌리내렸는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인수·합병(M&A)은 단연 하만이다. 올해로 인수 8년 차를 맞은 하만은 삼성전자의 '초연결' 전략을 실현해나가기 위한 사업 축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하만 인수 이후 삼성이 추가로 성사한 '빅딜'은 없었으나 로봇과 증강현실(AR) 기업 등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왔다. 이를 통해 삼성이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데, 핵심 키워드는 공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초연결이다.
삼성의 M&A는 전장과 로봇, AR로 요약된다. 자동차와 집의 경계,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기술과 자산 등 투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딜이었던 하만 인수를 기점으로 하만과의 볼트온(유관기업 인수), 삼성 전체 사업부의 초연결 전략을 기업 인수·투자가 삼성의 M&A를 관통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꾸준한 성장세의 하만…영업이익 5년만에 20배
하만은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원)를 들여 인수한 커넥티드카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이다. 커넥티드카란 차량 내에 통신장치가 있어 차량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차를 말한다. 벤츠,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하만의 주요 고객사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 증권가에선 전장사업 진출 본격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와의 시너지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로 삼성은 하만과 합작해 '디지털콕핏(Digital Cockpit·디지털화된 자동차 운전 공간)'을 선보이는 데 힘썼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삼성과 하만의 합작품인 '레디 케어'(Ready Care)와 '레디 튠'(Ready Tune)를 선보였다. 레디케어는 운전자의 상태를 체크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안전 주행을 돕는 기술이다.
실적은 대체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40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영향, 차량용 반도체 품귀 등으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고꾸라졌다. 2021년 이후 연간 기준 처음으로 영업이익 5000억원을 달성한 뒤 다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작년에도 연간 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만 이후가 중요하다…로봇·메타버스가 그리는 초연결
삼성은 하만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V2X(Vehicle to Everything) 솔루션 스타트업 사바리와 독일 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아포스테라를 추가로 인수했다. V2X는 자동차가 운행 중에 모든 사물과 통신하면서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 제품에 적용돼 하만의 전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볼트온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아포스테라는 전면 유리창에 차량 주행 정보, 전방 도로 상황 등 그래픽 이미지를 띄워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AR HUD 구현의 전 과정을 처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하만과 시너지를 낼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하다. AR, XR(확장현실) 등 메타버스는 운전자와 탑승객 편의를 위한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건 자동차 HUD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도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를 준비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하만과 삼성전자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M&A와 투자를 계속 물색해나가는 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 메타버스와 함께 로봇도 초연결을 구현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삼성은 올해 들어 협동 로봇 전문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89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만든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기도 했는데, 그 일환으로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는 확실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사람의 팔처럼 생겨 반복 작업이나 생산 설비에 도입가능한 협동로봇,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 등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상장기업 중 로봇 기업은 아직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일하나 이전에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글로벌 로봇 개발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삼성이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로봇산업에 큰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매물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비자가 생활하는 데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이 서로 통합되면서 경험이 연결되고 집에서부터 차까지 이어지는 초연결 시대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로봇, 전장, 인공지능(AI), AR, 5세대이동통신(5G) 등이 삼성이 그리고 있는 미래 먹거리사업이다. 앞으로의 M&A와 투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사업인 반도체 M&A는?
이 외에도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딜 필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첨단 패키지 사업 확대, 사업부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DS부문 내 AVP(Advanced Package)팀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첨단패키징 기술 고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나 M&A를 통해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매물로 나온 세계 2위의 패키징 기업인 미국의 앰코테크놀로지 인수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앰코를 사고 싶어 한다"라며 "결과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앰코 측은 "삼성의 앰코 인수설에 대해 제의 받은 사실이 없고, 회사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매물 검토에도 지속적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자율주행 시대 개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전장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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