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운용사에 번진 행동주의…리츠AMC에 주주서한 발송 고위험 자산편입 자제·보수적 자금 조달 등 주문
조영진 기자공개 2023-02-09 08:20:2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주주행동주의 물결이 부동산업계에도 일고 있다. 국내 대형 부동산자산운용사 코람코자산운용이 여러 리츠 AMC(자산관리회사)에 기업가치 제고를 독려한 것으로 파악된다.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운용은 최근 리츠 AMC들과 비공개 주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상승세에 상장 리츠의 주가 하락이 극심했던 지난해 말부터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각 리츠 AMC에 주주서한을 발송, 가치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부문을 총괄하는 이재길 코람코자산운용 전무를 필두로 멀티에셋운용팀장 등이 각 AMC를 만나 현안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운용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주요 요구 사안으로는 주주이익 훼손 가능성이 높은 자산편입 자제, 자본조달시 최적의 시기와 구조를 기반으로 한 이자비용 감축, 리츠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인 성장 플랜 마련 등이 거론됐다.
납득할 만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전략 방안을 실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각 AMC별로 정기 방문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요구사항 반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8~9개사에 주주서한 발송…이자비용 감축 및 투자전략 상기
코람코운용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상장사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SM엔터테인먼트와 태광산업에 주주서한을 보낸 것처럼 상장 리츠 AMC들에게 보다 능동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했던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코람코자산운용은 리츠 Pre-IPO 펀드 시리즈를 통해 약 4400억원 규모의 리츠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대상은 코람코에너지리츠, 이지스밸류리츠, SK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등이며 각 리츠별로 최소 5%에서 최대 10% 후반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한 상장리츠는 사업확장을 위한 유상증자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자금조달 시기의 적정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주요주주인 코람코자산운용은 상황이 안정된 이후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러한 의견을 감안해 유상증자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4.49% 수준까지 상승했던 한국 2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100bp 이상 하락해 3.24%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 상승세가 잦아들면서 예상 이자비용도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자금조달 환경과 조건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관측된다.
능동적인 자산 편입, 편출을 하게끔 설계된 또다른 리츠에는 기존의 투자전략을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을 끝으로 유형자산취득 공시가 전무한 리츠AMC에게는 기존 상장취지를 상기시키며 자산 매각과 매입에 보다 유연한 행동을 취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코람코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 대상 상장리츠 회사들에게 주주 서한을 보내고 미팅 일정을 요구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논의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상황 대처능력 주목…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확산 전망
이러한 움직임은 관계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이 관리하는 코람코에너지리츠, 코람코더원리츠는 일찍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실천해왔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경우, 지난해 말 코람코에너지리츠의 배당확대를 위해 비주력 주유소 12곳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그 중 5곳의 주유소를 매각하는 데 성공해 특별배당 재원을 마련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신규 자산으로 편입하려던 에이플러스에셋타워의 편입을 철회하는 등 다른 AMC보다 더욱 능동적인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연간 6.2%의 배당률을 달성, 지난해 초 상장 후 2회 연속 목표치를 충족하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상장리츠 주가는 코스피지수 대비 더 큰 하락세를 보였다"며 "보유자산의 본질가치와 물가상승률과 연동된 임차구조 등을 감안하면 당시 낙폭은 다소 과도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AMC들은 주가 하락에 대응하거나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본질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들이 상장리츠 업계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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