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콜 Q&A 리뷰]SK하이닉스,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두 가지'김우현 CFO의 전면 등장과 시장의 관심 축 '다운턴 극복'으로 이동
양도웅 기자공개 2023-02-09 07:40:51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6일 15: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열린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재무담당이 처음으로 발표자로 나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관심이 확연히 '다운 턴'으로 쏠렸다는 점이다.1년 전 시장의 관심은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와 그에 따른 시너지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솔리다임에 대한 관심은 후순위로 밀렸다. 다운 턴은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업황 악화 국면을 뜻한다. SK하이닉스 주력 시장인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운 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처음'으로 실적 발표자로 나선 김우현 CFO
지난해 1월28일 열린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겸한 IR을 이끈 건 노종원 사업담당·사장이었다. 노 사장은 발표자로 나서 2021년 4분기와 연간 실적, 그리고 2022년 사업 전망과 계획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 발표를 겸한 IR은 △실적 발표와 전망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Q&A)으로 구성된다. 대개 첫 번째 순서인 실적 발표와 전망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임원이, 두 번째 순서인 Q&A는 CFO와 각 사업 담당 임원이 맡는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CFO가 아닌 사업 담당 임원 가운데 최고 임원인 노 사장이 맡았다. 일반적인 기준과 다르지만 노 사장의 자격이 부족한 건 아니다. 노 사장은 사내이사 3명 가운데 한 명일 뿐 아니라, SK하이닉스에서 미래전략 담당 및 경영지원 담당 등을 역임해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임원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지난해 10월26일 열린 2022년 3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IR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2월1일에 열린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를 겸한 IR에서는 노 사장 자리에 김우현 재무담당 임원(CFO)이 앉았다. 김 CFO는 지난해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실적 발표를 겸한 IR에서 발표자로 나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금 조달과 시장가치 향상을 위해 본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당사자인 CFO가 실적 발표를 겸한 IR을 이끌길 기대한다. 상대적으로 소통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인데, 이런 측면에서 CFO의 전면 등장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김 CFO는 발표자가 아닌 배석자로 실적 발표 IR에 참여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노종원 사장이 솔리다임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겸하게 되는 등 인사 이동이 있었고 그 결과로 김우현 CFO가 발표자로 나서게 된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확연히 달라진 시장 관심 '솔리다임 인수에서 다운턴 극복으로'
이번 실적 발표를 겸한 IR에서 달라진 또다른 점은 시장의 관심이 솔리다임 인수와 그 효과에서 다운턴 대응 방안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메모레 반도체 수요 감소로 연결기준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 전년 대비 약 44% 감소한 실적을 냈다.
또한 영업활동현금흐름 14조7800억원보다 많은 19조100억원의 CAPEX(유형자산 취득액)를 기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2300억여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는 건 CAPEX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차입이 불가피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23조여원으로 전년 대비 5조3800억여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김 CFO 발표 이후 진행한 질의응답에서는 업황 악화와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이 중심을 이뤘다. 첫 번째 질문부터 '이번 다운 사이클 심화의 주요 원인은'이었고, 시장 관계자들이 던진 13개 질문 가운데 수요를 직접 언급한 질문만 4개였다. 수요 감소에 따른 투자 규모 변화를 직접 언급한 질문도 3개나 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CAPEX 투자를 전년 대비 50% 가량 줄일 계획이다.
1년 전 열린 2021년 실적 발표 IR에선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이 모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그에 따른 시너지였다. 수요 위축을 직접 언급한 질문은 12개 질문 가운데 2개였으나, 이마저도 질의응답 후반부에 집중됐다.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솔리다임 인수 효과에서 다운턴 극복으로 변화했다는 건, 김우현 CFO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가를 반등시키기 위해선 시장에 설득력 있는 다운턴 극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2월 12만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6일 현재 9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년 새 30% 가까이 하락했다.
김 CFO는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은 전례없이 어려운 시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모바일과 클라우드 향 메모리 양대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더 견고히하고 오토모티브와 AI 고객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면서 첫 발표자로 나선 이번 실적 발표 IR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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