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약 2년만에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예측에 나선다. 목표로 잡은 1조4000억원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LG화학이 2021년 2월 기록한 단일회차 기준 최대 발행액 1조2000억원을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식지 않는 채권시장 열기를 거론하며 SK하이닉스가 무난하게 1조40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기록한 3조5000억원의 순손실은 입찰 참여 기관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1분기 만기채 7200억 도래

SK하이닉스는 오는 7일 224회차 회사채의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모집액 7000억원을 3년물 2800억원, 5년물 2800억원, 7년물 600억원, 10년물 800억원으로 나눠 매입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가산금리 밴드는 4개 트랜치 모두 개별 민평의 '-30~+30bp'를 제시했다.

증액 한도는 1조4000억원까지 열어뒀다.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초과하는 주문이 들어오면 만기와 가산금리에 맞춰 증액을 검토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을 위시한 10곳의 IB는 증액에 대비해 각자의 총액인수 물량을 사전에 조율했다.

이번 3·5·7·10년물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4월 이후 약 2년만에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 발행하는 공모채다. 2년 전에는 3·5·7·10년물로 1조1800억원을 조달해 차입금 상환, 거래처 대금 결제, 설비 증설 등에 활용했다.

다만 이후로는 기업어음(CP)만 몇차례 발행할 뿐 회사채 시장에서 직접조달을 실시하지 않았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지난 2년간 연 평균 10조원이 넘는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한 덕분에 외부 조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2년만에 국내 공모채 시장에서 마련하는 자금은 전액 만기채 차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2월 14일 221회차 3년물 3400억원 △2월 19일 216회차 7년물 800억원 △3월 14일 218회차 5년물 3000억원 등 1분기에만 총 7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이번 3·5·7·10년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A0,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상위권의 시장 지위, 우수한 기술력, 양호한 영업창출현금흐름, 설비투자 감축에 따른 재무건전성 제고 기대감 등을 감안해 이번에도 AA0 등급을 매겼다.

◇LG화학의 단일회차 1.2조 넘어설까

SK하이닉스가 이번 입찰에서 1조4000억원 증액에 성공하면 일반 선순위채 단일회차 기준 최대 발행액 기록을 갈아치운다. 현재 1위 기록은 2021년 2월 3·5·7·10·15년물로 1조2000억원을 조달한 LG화학이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회차마다 평균 1조원 이상을 발행하는 국내 최대 이슈어다. 2019년부터 매년 수백억원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기록 경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단일회차 발행액 랭킹도 양사가 지배한다. 두 기업 외에 순위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곳은 포스코와 LG유플러스 정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 기록한 적자 때문인지 이번 공모채로 1조4000억원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상당하다고 들었다"며 "발행액을 1조4000억원으로 확정하면 일단 올해 기준으로는 단일회차 1위가 일찌감치 정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글로벌본드로 25억달러를 마련하자마자 곧장 국내에서도 조단위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영업창출현금 감소가 야기할 수 있는 운용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무난하게 1조4000억원 조달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초효과와 맞물려 국내 채권시장에 유례없는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만큼 완판 여부보다는 입찰 규모와 가산금리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AA0 등급 회사채에 유독 대규모 수요가 몰리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연합자산관리, 이마트, LG유플러스, 현대제철, 롯데제과, GS에너지, 신세계 등 올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AA0 발행사는 모두 조단위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이들의 입찰에 몰린 자금만 약 12조원에 달한다.

다만 10년만에 대규모 분기 적자를 낸 것은 이번 회사채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리스크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실적 설명회를 열고 2022년 4분기에 영업손실 1조7000억원, 순손실 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메모리 가격 하락과 재고 평가손실이 유발했다. 2021년 인텔에서 인수한 NAND부문(솔리다임)이 영업권과 무형자산에 발생한 손실 탓에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낸 것도 전체 수익성 악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