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16: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이던스를 공시한 지 20년이 흘렀다. 해마다 매출, 영업이익, 수주액 전망치를 일반에 공개하지만 실적과 큰 격차를 드러낸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당초 예측한 금액의 절반에 불과했다.

가이던스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건 '원가 변동성'이다. 승강기 제조에 투입하는 재료 가격의 추이를 정확히 예측키 어려운 데다, 구매 단가 상승에 따른 비용이 실적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국내 업황과 정책 환경을 중심으로 전망치를 도출한 한계도 존재한다. 중국 등 해외 시장의 경기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적과 가이던스의 괴리가 더욱 심화됐다.

◇2000년대부터 예상실적 매년 공개

현대엘리베이터는 2003년 이래 해마다 가이던스를 공시해왔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매출 예상치만 공개하는 등 '제한적 안내' 기조를 유지했다. 협소한 범위의 전망치 공개는 2014년 하반기에 권기선 전 대표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하며 변화를 맞았다.

권 전 대표는 가이던스 발표 항목을 △매출 △영업이익 △수주액 등으로 확대했다. 기업이 달성해야 할 목표와 맞닿아 있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사세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에 적합한 방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 말에 취임한 이상훈 재경본부장 역시 실적 예상치 공시를 그대로 계승했다.

다만 실적과 가이던스의 갭(gap)이 상당한 대목은 '옥의 티'다. 2017년 이래 6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전망치와 실적이 어느 정도 괴리됐는지 드러내는 오차율은 꾸준히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실제 경영 성과가 당초 예상한 수준보다 낮게 나왔다는 뜻이다.


특히 2022년에는 실적과 가이던스의 오차율이 창사 이래 가장 크게 나타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021년(1163억원)보다 25.8% 늘어난 14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결과는 달랐다. 72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에 실현한 이익과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었다.

매출과 수주액도 연초 예상했던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다.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는 수주액 전망치를 2조614억원으로 설정했다. 2021년 실적(1조7247억원)과 견줘 19.5% 늘렸으나, 지난해 최종 수주액은 1조7649억원에 그쳤다. 매출 역시 전년대비 16.6% 늘어난 1조8017억원을 내다봤지만 예측이 빗나갔다. 잠정 집계한 매출은 1조6580억원으로 가이던스와 실적의 오차율이 -8%였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이던스를 상향한 건 시장 전망에 대해 우호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 순환을 감안해 건설업이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인식했다. 건설산업연구원과 통계청에서 작성한 데이터를 토대로 산업 전체 투자금과 수주액이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후 엘리베이터 교체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2019년 3월에 개정된 승강기안전관리법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설치한 지 15년이 지난 승강기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안전검사가 강화된 만큼,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제품을 새로 설치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거라고 전망했다.


◇'판매가 인상'과 '선별수주'로 가이던스 부합 노력

낙관적 판단을 내렸으나 당초 목표대로 성과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시장의 경기 동향까지 감안해 전망키 여의치 않았던 대목이 작용했다.

세계 승강기 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형성하는 중국은 지난해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장기간 봉쇄 여파가 영향을 끼쳤다. 현지 판매가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매출과 수주액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처음 기대한 수준보다 낮아지는 건 필연적이었다.

재료 가격도 실적과 전망치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엘리베이터를 만들면서 필요한 원자재 단가의 변동성이 큰 만큼, 예상 비용을 추계하기 어려웠다. 연간 이익을 예측하는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승강기를 제조하는 데 쓰는 재료로는 △철판 △주물 △와이어로프(wire rope) △가이드레일(guide rail) 등이 거론된다. 국내에서 생산한 철판 1㎏의 단가는 2019년 말 700원에서 이듬해 675원으로 하락했다가 2021년 말에는 129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말에는 ㎏당 1100원으로 거래됐는데, 3년새 57%가 오른 금액이었다.


수입 자재인 가이드레일의 값 역시 환율 급등 여파와 맞물려 가파르게 올랐다. 2019년과 2020년에는 5만3000원을 밑돌았지만 2021년에 6만원선을 넘겼다. 작년 3분기 말에는 7만원을 돌파하는 등 구매 가격이 3년 만에 37%가량 상승했다.

가이던스와 실적의 격차를 좁히려는 방편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선택한 카드는 '완제품 판매 가격 인상'이다. 비용 압력을 완화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동시에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승강기 공급 프로젝트만 수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극심하기 때문에 정확한 전망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시장 분석을 토대로 연간 실적 목표치를 도출하나, 어떠한 요소를 검토 대상으로 설정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