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절차 변화 바람]관행 먼저 깬 현대차그룹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 정하도록 정관 개정 추진, 주주 친화 정책 일환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02 07:37:5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9일 09:2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배당절차 변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로 나섰다. 연말에 결산배당을 받을 주주를 먼저 정하고,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 규모를 확정했던 관행을 깨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모른 채 투자하는 '깜깜이 배당 투자'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다.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올해 정기 주총 안건으로 일제히 정관 일부 개정 내용을 올렸다.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날)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옮기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이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알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당절차 개선 방안을 내놓자 재계에서는 두 그룹이 먼저 움직였다.
재계 서열 3위(자산총액 기준)인 현대차그룹은 12개 상장 계열사 중 7곳(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등) 배당기준일 변경 등이 담긴 정관 개정 안건을 이번 주총에 올린다. 최근 5년 배당 지금 이력이 없는 현대로템은 별도로 정관을 개정하지 않는다.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나머지 4개 계열사는 아직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지 않았다.
배당절차를 개선하는 정관 개정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결산기말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던 원칙을 삭제하고,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도록 바꾼다. 올해 주총에서 정관 개정 안건이 통과되면 내년 결산배당부터 새로운 배당절차가 적용된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며 배당절차 개선 사항을 반영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 등을 공개했다. 기존 정관은 결산배당을 매 결산기말 주주 명부에 기재된 주주에게 지급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변경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에서는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에 공고하도록 했다. 분기배당은 3, 6, 9월말 주주에게 이사회 결의로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유지했다. 분기배당의 배당기준일 변경은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에 가능하다.
재계 순위 6위인 포스코그룹도 배당절차 개선 대열에 합류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ICT가 이번 주총 안건에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린다. 나머지 3개 상장 계열사(포스코케미칼,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엠텍)는 아직 이사회에서 주총 소집을 결의하지 않아 안건이 공개되지 않았다.
포스코홀딩스도 분기배당 관련 내용은 기존 정관을 유지하고, 결산배당 관련 내용을 손본다. 기존 정관에서 배당은 매 결산기말 또는 분기배당 기준일(3, 6, 9월말) 주주 명부에 기재된 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분기배당은 정관 제56조 2로 신설하고, 배당은 이사회 결의로 정한 기준일 주주 명부 기재된 주주에게 지급하도록 바꾼다. 기준일은 2주 전에 공고하도록 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자발적으로 배당절차 개선에 참여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배당절차 개선 방안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배당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근거만 제시해줬다.
국내 상장사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배당기준일 연말로 정해서 결산배당을 지급했다.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그 다음해 봄에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금을 확정하는 순서였다. 관행적으로 결산기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결정하는 일본식 배당절차와 유사하다. 투자자들은 배당금으로 얼마를 받을지 모르는 상태로 투자 판단을 내려야 했다.
선진국과는 다른 배당절차였다. 미국, 프랑스 등은 기업들이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도록 한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배당기준일 전 배당 예상액을 공시해야 한다.
배당절차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현행 상법에서도 배당기준일을 배당을 결정하는 주총일 이후로 지정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줬다. 상장사협의회는 지난 8일 정부의 배당절차 개선 방안을 반영해 개정한 표준 정관을 안내했다.
현대차는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절차 개편을 택했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표해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여줬다.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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