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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엔데믹 적응기]㈜한진, 중장기 대규모 투자 자금마련 방안은①차입금·사채 급증에도 부채비율 낮아져 조달여력 충분… 택배사업 수익성도 올해 개선 전망

강용규 기자공개 2023-03-17 10:15:09

[편집자주]

택배사들에게 엔데믹은 위기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로 대면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택배 물동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세워졌던 물류의 국경 장벽을 허물고 있는 만큼 엔데믹은 글로벌 차원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벨은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택배사들의 중단기 경영전략과 재무현황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은 2025년 아시아 대표 스마트솔루션 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이라는 구체적 실적 목표도 세워뒀다. 비전 달성을 위해 3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틱스 등 국내 택배 빅3 중 가장 먼저 중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이익 창출능력이나 자산매각 추이 등을 고려하면 ㈜한진으로서는 외부 조달에 투자재원의 적지 않은 부분을 의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투자를 계획대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관리를 통한 조달 여력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 외부 조달 필요한 투자계획, 재무 여력은 충분

㈜한진에 따르면 2025년 비전 달성을 위한 1조1100억원의 투자계획은 △글로벌 네트워크분야(1500억원) △플랫폼, IT, 자동화(1500억원) △풀필먼트 및 인프라 구축(8000억원)으로 세분화된다.

㈜한진은 2022년 3분기 말 분기보고서를 통해 6330억원의 투자계획을 공시했다. 약 5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한진의 투자계획을 이끄는 것은 오너 3세 경영자인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사장이다. 오너가 지휘하는 계획인 만큼 ㈜한진으로서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 창출 이익만으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의 최근 5년(2018~2022년) EBITDA(세전순이익) 평균은 538억원이었다. 당장 보유한 현금이 투자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것도 아니다. ㈜한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2022년 말 연결기준 1449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전년 대비 31.2% 줄어든 수치다.

㈜한진은 2022년 말 기준으로 매각 예정 비유동자산이 없다. 결국 당장은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진의 재무 건전성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진은 2022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1조5344억원, 부채총계가 2조558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166.8%로 전년 대비 15.4%p(포인트) 낮아졌다. 우량기업의 기준인 200%를 밑도는 만큼 조달여력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부채의 현황만 놓고 보면 장기와 단기를 합친 차입금 총계가 2371억원에서 5599억원으로, 장·단기 회사채 규모가 1958억원에서 4796억원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다만 이자비용 지출은 350억원에서 378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진 재무라인이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부담을 최소화하며 재무 건전성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자체 이익창출의 고민 택배, 올해 수익성 회복 전망

㈜한진으로서는 당장 매각 예정인 비유동자산이 없는 만큼 외부 조달과 함께 자체 이익 창출능력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한진의 최대 약점은 택배사업으로 분석된다. ㈜한진 택배사업은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한진의 택배사업은 매출 9366억원을 기록해 총 매출의 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총 영업이익 가운데 비중이 7.8%에 그쳤다.

최근 5년 기준으로 ㈜한진 택배사업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엔데믹화가 택배사업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택배를 통한 물동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팬데믹 시기에 대응해 확충했던 인력과 설비 등이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존 고객사가 경쟁사로 탈바꿈하는 이슈도 있었다. 쿠팡은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뒤 기존 택배사들에 위탁했던 물류를 2022년 6월부터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한진으로서는 경쟁 심화와 일감 부족을 동시에 마주했던 셈이다.

다만 ㈜한진은 쿠팡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운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 11번가 등 기존 고객사와의 계약물량을 확대한 데 이어 공영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 등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이 택배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이 택배 단가를 2021년 평균 2228억원에서 2022년 평균 2418억원으로 인상했으며 올해도 70~80원의 단가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한진 측에서도 택배 단가 인상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재계약 시점에 맞춰 택배 단가를 평균 3%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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