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SMR 경쟁력 점검]대우건설, 공기업과 연합 ‘한국형 기술’로 승부④월성3·4호기·요르단원자로 등 원전 경험 30년…한전·한수원과 해외 진출 모색
성상우 기자공개 2023-03-27 09:14:13
[편집자주]
SMR은 대형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미래 먹거리 '원픽' 사업이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생산 체계에 걸맞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잠재 시장 규모가 막대하다. SMR 시장은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맞물려 폭발적인 도약기를 맞이할 분위기다. 사업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각각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독자적으로 지어본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국내 건설사 중에 원전 공사 수행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은 그만큼 많지 않다.대표적인 곳이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현대건설, 삼성물산과 더불어 원전 트랙레코드를 가진 회사다. 과거 대형 원전 시대에서 관련 사업의 경험은 소형 원전(SMR) 시대에 들어서도 기술적 측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대형 원전부터 연구용 원자로까지 '풍부한 경험'
과거 원전 경험이 있다는 점에선 3사(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의 기술 기반이 유사하다. 다만 소형 원전 시대를 준비하는 각사의 전략은 제각각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원전 강국인 미국 민간기업과의 협업에 포커스를 뒀다. 반면 대우건설은 국내 공기업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의 원전 사업 경험은 우리나라의 원전 사업 전체 히스토리와 궤를 같이 한다. 첫 시작은 지난 1991년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자력 발전소 월성3,4호기 주설비 공사였다. 이후 30여건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상용 원전 및 연구용 원자로의 주설비 공사 뿐 아니라 중입자·양성자 가속기와 핵연료 제2공장,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1단계 공사도 수행했다. 지난 2017년엔 해외 수출 1호 사업인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를 준공하기도 했다.
30년여에 걸친 경험에서 대형 상용 원전 설계를 비롯해 시공 및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 및 연구용 원자로를 지을 수 있는 역량도 더해졌다. 대우건설 측이 스스로 원자력 관련 분야 전반에 대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건설사라고 자평할 수 있는 배경이다.
공공부문과의 연계를 중시하는 사업 방식도 과거 사업에서 체득한 전략이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공사 당시 원자로의 설계와 시공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맡았다. 대우건설은 플랜트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다. 전체 사업 추진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했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과의 협업에 중점을 두는 방향성은 미래 사업인 SMR 분야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우건설은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한국형 SMR 개발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기술 모델 'SMART-100'을 고도화하는 사업이다.
◇공기업과 연합 전선, 동유럽·아프리카·동남아 겨냥
대우건설은 표준설계인가 획득 과정에서부터 한국전력이 주관사인 KEPCO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SMR 분야 투자를 시작했다. 이 모델을 사업화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스마트파워’ 설립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14년 12월 스마트파워 설립 당시 5400만원을 출자해 주식 10만8608주를 확보했다. 당시 지분율로는 7.39%였다. 이후 추가 주식 취득은 없었으며 지난해말 기준 지분율은 3.37%다.
향후 한전이 주도하는 국내외 SMR 시공에 SMART-100 모델이 적용될 경우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 이 투자 덕분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이 모델을 활용한 공동 파트너십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체코, 인도네시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과도 사업 추진을 위한 파트너십을 확보한 상태다.
체코와 폴란드의 신규원전 사업 수주전에도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참여 중이다. 대우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SMART 팀코리아(Team Korea)’의 주관사가 한수원이다. 팀코리아는 SMART-100 모델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혁신형 SMR(i-SMR)’ 사업으로 해외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결성한 협의체다. 한수원을 비롯해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포함돼 있다. 추후 해외 중소형 원자로 수출시장에서의 사업 확대 역시 팀코리아를 지렛대 삼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사실 원자력 사업을 정부 또는 공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구조다. 원자력 발전은 국가 에너지 공급 이슈를 좌지우지하는 기간 산업이다. 관련 기술이 국가의 핵심 자산 및 기밀 기술로 분류되기 때문에 민간에만 맡기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원자력 관련 해외 사업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연계돼 있다. 다만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 유력 기술기업과의 협업이 없고 공공부문과의 연합을 우선시했다는 점이 경쟁사들과 차별점이다.
심재구 상무가 원자력사업단장을 맡아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원자력사업단은 플랜트사업본부 산하에 신설된 원자력 사업 전담 조직이다. 심 상무는 과거 월성 1,2호기 CVWM 설치 프로젝트 PM을 맡은 바 있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프로젝트에도 PM으로 참여했다. 원자력사업팀장과 원자력사업실장을 거쳐 원자력사업단장을 맡았다. 대우건설이 과거 진행한 굵직한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에 대부분 참여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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