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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자율주행]'현대차는 독자기술' 기존틀 깬 정의선, 악수 한번에 5년 '점프'②'솔직한 면대면' 전략 세우고 자율주행 기업 '합종연횡'…푸른눈 인재 영입 박차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03 07:32:07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악수는 늘 주목을 받는다. 악수를 나눈 상대방이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한 사업부문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외신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던 장면이 있다. 2018년 정 회장과 크리스 엄슨(Chris Urmson) 오로라 사장의 악수다.

오로라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협업 기업만도 테슬라와 GM, 우버, 애플 등이었다. 유수의 업체들과 손을 잡았지만 공식적인 무대에까지 엄슨 사장을 불러 악수한 건 현대차그룹이 유일했다.

이날 현대차그룹과 오로라는 완전 자율주행의 직전 단계인 레벨4에 발맞춘 '오로라 프로젝트' 계획을 공개했다. 엄슨 사장은 구글(알파벳)의 자율주행 기술 총책임자 출신이다. 공동창업자는 테슬라의 기술개발자 스털링 앤더슨이다.

2010년대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구글과 비교하면 5년이나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악수 한번에 수년의 간극이 확 좁아진 셈이다.

◇'현대차는 독자기술' 틀 깬 정의선 회장

정 회장과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2010년대 후반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됐고 미래 기술로서도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CEO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그룹의 반전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도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정 회장이 이끌어가야만 했다.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열린 현대차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현대차 정의선 당시 부회장과 자율주행 파트너 오로라의 크리스 엄슨 CEO가 악수하는 모습.

정 회장과 엄슨 사장의 악수가 성료되는 데에는 정 회장의 합종연횡 기조가 바탕이 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끌던 시기 현대차의 자부심은 독자 연구였다. 정 명예회장은 일본산 차 등에 대항할 만한 독자기술 개발을 꾸준히 강조했다.

당시 현대차그룹도 '회장님의 뜻'대로 순수 독자기술에 매진했다. 독자 성과는 쌓였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적게는 2년, 많게는 5년까지 늦어지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정 회장이 찾은 돌파구는 우선 글로벌 협업체 구축이다. 현대차그룹의 정통성 계승보다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자율주행 기술이 앞선 기업이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맞손을 잡아 독자연구 기조를 부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스타트업을 찾아다녔다는 전언이다. 미국 보스턴,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3대 미래기술 연구단지로 꼽히는 피츠버그 일대를 정 회장이 직접 돌았다. 피츠버그는 우버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연구소를 세운 곳이자 미래 기술의 산실로 꼽히는 카네기멜론 대학, 피츠버그 대학 등이 밀집한 곳이다.

◇"기득권 내려놓겠다" 솔직한 승부수

정 회장의 협업 스타일은 우선 솔직함이다. 2012년 구글에 방문했을 당시 정 회장은 니케시 아로라 당시 CBO를 만나 "자동차 회사의 권한을 내려놓고라도 구글과 적극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하드웨어 기술력까지도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0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부회장과 케빌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가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장면.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은 뒤에는 '면대면' 전략이다. 정 회장이 직접 관심기업에 찾아가면 해당 기업체의 대표가 서울로 답방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수순을 밟는다.

미국 시스코와 2016년 체결한 커넥티드카 개발 협업 협의서(MOU)도 정 회장의 방문에서 출발했다. 정 회장이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시스코를 방문했고 이듬해 척 로빈스(Chuck Robbins) CEO가 서울 양재동 사옥을 찾았다. 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의 정보통신 기업으로 커넥티드카 기술사로 꼽힌다. 커넥티드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연결된 자동차로 자율주행 기술의 근간이다.

인텔의 모빌아이를 일찌감치 잡은 것도 정 회장이다.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으로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글로벌 1위로 평가 받는다. 정 회장이 2017년 5월 이스라엘 모빌아이 본사를 직접 방문한 뒤 같은 해 11월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모빌아이 CEO가 서울로 답방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글로벌 5위 수준이다. 기준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의 순위다. 모셔널도 글로벌 기업체와의 협업으로 설립됐다.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의 합작사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초기 출자금으로 약 16억 달러를 투입했고 연구개발 비용 등에 4억 달러를 추가로 냈다.
모셔널 브랜드가 래핑된 제네시스 G90.

◇'베테랑부터 신입까지'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 찾기

외국인이 단 한명도 없던 임원실에는 푸른 눈의 관리자들을 채웠다. 2015년 합류한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유럽기술연구소 고문은 고성능카 베테랑으로 현대차그룹에 발을 들였지만 자율주행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는 중축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알버트 비어만 고문은 정 회장이 영입에 직접 공을 들인 인물 중 하나다. 이밖에 정 회장이 삼고초려한 피터 슈라이어 고문과 후임 루크 동커볼케 사장도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일등공신들이다.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자율주행 부문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당시 현대차 사장.

해외 신규 인력 확보에도 팔을 걷었다. 현대차그룹의 일자리는 신진 시장에서는 고학력자들도 생산직에 몰릴 만큼 인기몰이를 했지만 선진 시장의 고급 인력을 모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초기에는 글로벌 유수의 대학을 돌며 인재 채용을 진행했다. 인재 영입은 가능했지만 뚜렷한 체계가 없다는 게 고민거리였다.

정 회장이 인사 키를 쥐면서 인재 채용에도 목표가 명확해졌다. 채용 키워드는 지능형차와 커넥티드카 등 자율주행 기술에 기반한 미래형 차다. 완성차 부문뿐 아니라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 부품 계열사들도 동행해 인재를 찾았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글로벌 인기를 끌었던 '아메리칸 갓 탤런트'나 한국의 '슈퍼스타K'가 이 시기 나왔다. 화려한 심사위원들도 흥행에 한 몫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이 오디션도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정 회장이 면접관으로 나선 '현대 글로벌 톱 탤런트'다. 2011년 첫 문을 연 오디션에서는 미래차 인재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타깃은 한인 유학생이었지만 202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해외 대학 출신 석박사로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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