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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수소경제]대기업 수소사업 주춤? 공격적 생태계 구축 진행 중①수소법 개정안 불구 후속 뒷받침 주춤...SK·두산·효성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 지속

이호준 기자공개 2023-04-06 07:30:53

[편집자주]

수소는 에너지 전환을 논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에너지원이다. 친환경적일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라 '꿈의 연료'라고 불린다. 아직까지는 수소경제로의 진입에는 풀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산적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셈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각광받아온 수소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수소 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더벨이 수소 산업과 관련한 우리나라 및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국내 기업의 사업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의 주도주가 완전히 바뀌었다.' 에너지 전환의 주요 정책과 기술로 수소를 내걸었던 전임 정부가 물러나게 되면서 이러한 분석들이 많이 흘러나왔다. 앞으로의 육성책은 원자력 발전과 풍력 발전 분야에 더 많이 집중될 것이라는 게 배경이었다.

그런데 이 '수소', 탄소중립 흐름에서 쉽게 결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지 않으면 그만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까지도 수소법 개정안이나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 수소경제로 향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이전의 수소 생태계는 정부에서 계획을 짜면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였기 때문에 시장에 잘 드러났던 것"이라며 "이전보다 존재감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법은 세계 최초였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소와 관련해 의미있는 정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수소 산업이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선 핸들을 쥔 정부가 관련 제도·규정들을 지금보다 더 세부적으로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다. 청정수소 사용의무 제도와 수소발전 공급의무화 제도의 도입을 위해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수소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정수소의 정의가 확립되지 않으면서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부생수소 및 관련 인프라 지원 논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 소장은 "사실 수소는 MB정부 때부터 끌고 온 이슈"라며 "지난 수 년간 수소를 무엇으로 만들 것인지에 몰두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수소 밸류체인별로 실질적인 예산 계획을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올 상반기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다행인 건 지난해 12월 수소법 개정안이 시행돼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변곡점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개정 수소법은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수소발전량 구매·공급 이전 법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올 상반기부터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수소발전만을 지원하기 위해 분리한 제도다. 연료전지, 수소터빈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이 경쟁하도록 입찰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 유진투자증권

하지만 이 역시 '밑그림'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많아 수소시장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찬반이 갈린다. 수소경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를 두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청정수소의 정의나 입찰 물량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소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의 정의는 향후 시행령으로 미뤄둔 상태라 아직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입찰시장 개설에 따른 수소발전 물량도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설비 용량보다 적어 난감하다"라고 덧붙엿다.

◇"이해관계에 맞게 사업 확대 지속"

어쨌든 수소 시장의 주도권이 해외로 넘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나온 미국의 IRA 등 시장 규모가 월등한 곳들이 뚜렷한 산업 지원책을 내놨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나 체계 등 수소 산업이 발전할 양상이 예상된다.

일단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뛰어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한참이다. SK E&S는 LNG(액화천연가스) 공정 과정을 거쳐 수소를 생산한다. SK가스는 LPG(액화석유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SK에너지 등 정유 계열사들은 수소충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효성그룹도 '수소' 기술력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예컨대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연료전지의 소재인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차 연료 탱크 등에서 최근 수요가 커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수소 사업 핵심인 액화수소 생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은 주로 수소 밸류 체인의 업스트림인 수소차와 연료전지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중 두산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두산퓨얼셀이 대표적인 주자다. 수소연료전지 최대 공급자 두산퓨얼셀은 해외로 무게추를 움직이며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수소연료전지 1, 2호기를 처음 판매하며 현지 공략을 본격화한 데 이어 최근엔 남호주 주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호주시장 문을 두드린다.

정형락(가운데) 두산퓨얼셀 사장, 제후석(오른쪽) 부사장, 샘 크래프터(왼쪽) 남호주 수소발전청 CEO

다만 상황이 180도 달라진 곳도 있다.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차 투싼을 내놓은 이후 사업을 키워 왔다. 하지만 승용차 부분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현재 신차 개발 계획을 연기해 둔 상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수소 소식이 뜸하다고 해서 관련 기업들도 주춤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라며 수소와 관련해 의미 있는 정책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민간 기업들은 자사의 이해관계 속에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팩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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