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삼성전자 넘은 비결 '전장·B2B' 조주완 CEO 재고조정 총력, 물류비 부담 경감 호재…전장 수주 100조 관측
손현지 기자공개 2023-04-10 11:08:58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1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14년만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 두배 이상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물론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른 삼성과 LG의 실적을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회사가 매분기 실적 개막 시즌 잠정실적을 내놓으며 전자업계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만큼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LG전자가 삼성전자를 꺾은 배경으로는 그간 부진했던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과 B2B사업의 흑자가 꼽힌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고, TV 수요가 회복되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적자 사업의 명맥이 끊긴 점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조주완 사장 주도하에 가동된 비상경영 체제도 재고 조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주완 비상경영체제 그 후…삼성 추월
7일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감소한 1조4974억원, 매출은 2.6% 감소한 20조 41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특히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넘어 주목을 끌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한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LG전자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LG전자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앞지른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 일시적인 특허 수익(약 8000억 원)이 포함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사업 수익성은 오히려 10~20%나 강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사적 재고관리, 비용절감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여전히 가전과 TV 등의 수요는 약하지만 작년에 비해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 부담은 줄었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조주완 사장도 지난해 말부터 전사 워룸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며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사업 모델 창출에 공을 들여왔다.
LG전자는 "급격한 금리·물가 인상 기조를 감안하면 선전했다"며 "전사 워룸(War Room) Task 등 사업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의 근본적 개선 위한 전사적 노력이 성과로 가시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자사업부 '전장·B2B'의 반전
LG전자 사업부별 기여도를 판단하긴 어렵다. 아직 매출과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작년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전장(VS)사업의 성장이 호실적의 주역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장사업은 작년 2분기부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해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한 뒤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80조원에 달했던 자동차 부품 사업의 수주 잔액은 올해 말 1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VS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80억원이다.
기업간거래(B2B) 파트를 담당하는 BS부문도 매출확대에 성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시스템 에어컨을 대형 빌딩이나 아파트 단지에 공급하는 히트펌프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사업 등이 견조한 실적을 냈다는 분석이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TV용 운영체제(OS) 웹OS의 선전도 기대된다. LG전자는 OBS(온라인브랜드샵)를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경기 변화에 둔감한 B2B 매출 확대로 과거의 상고하저 실적 패턴에서 탈피해 분기 평균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B2B 사업 담당 BS사업본부도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LG전자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하반기 가전·TV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LG전자 사업이 탄력을 받는 데다 전장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로 실적 증가 모멘텀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녔던 생활가전(H&A)과 TV(HE) 사업도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북미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신가전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TV는 유럽 OLED TV 수요 회복세가 긍정적이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이익 기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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