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25일 16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로 출범하는 OCI홀딩스 회장이 된 이우현 회장(사진)은 1968년생이다. 만 55세가 된 시점이다.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회장 취임 시기가 빠른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비슷한 시기에 회장으로 승진한 편이다. 이재용 회장 역시 1968년생이다. 다른 총수들은 더 이른 시점에 회장이 됐다. 이를테면 1978년생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LG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970년생으로 만 50세 즈음 회장으로 승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2018년부터 이우현 회장(당시 사장)을 OCI그룹의 총수로 봤다. 당시 전문경영인 출신인 백우석 회장이 그룹에서 가장 높은 직급에 올라 있었음에도 총수는 이 회장이었다. 고(故) 이수영 OCI그룹 회장이 별세한 2017년 이후 OCI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이 회장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재계에서도 이 회장의 승진은 시간 문제라고 여겼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회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 회장은 총수로 지정된 지 5년여의 기간이 지나 그룹의 정점에 올랐다. 이사회의 합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는 했겠지만 유일한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지위를 감안하면 직접 회장 취임 시점을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지금 회장으로 승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과 회장 취임이 함께 가는 그림이 가장 그럴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OCI 그룹 입장에서는 올해 안에는 지주사 전환을 완료해야 했다. 지주사 전환 기업에 대한 과세이연 특례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OCI가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재편을 끝내는 것이 유리하다.

OCI가 선택한 인적분할 및 지주사 체제 전환이 실시되면 기존 조직은 물론 경영진들에 대한 개편 역시 불가피하다. 지주사 출범과 동시에 회장으로 승진하면 이 회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그룹 차원에서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회장이 승진하기 전에 충분한 명분을 쌓고 싶어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이 사장에 오른 첫 해였던 2013년 OCI가 33년만에 적자를 냈던 경험이 있다. 201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에도 OCI는 '암흑기'에 있었다. OCI의 주력 사업이었던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치킨 게임을 벌이며 수익이 대폭 악화되며 적자를 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2020년 하반기 들어 회복세에 접어든 OCI는 지난해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80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며 곳간이 채워진 상황이다. 새로운 사업 동력을 찾을 시점이 된 것이다. 신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것이 올해인 점은 이와 맞물리는 사안이다.

직전까지 OCI그룹의 회장을 맡아온 백우석 회장이 퇴임할 시기가 됐다는 점도 이 회장의 승진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백 회장은 2006년 OCI(당시 동양제철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이수영 회장과 그룹을 이끌었던 경영 파트너다.

이수영 회장 별세 후에도 회장 직책에 올라 이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에 나섰지만 1952년생인 백 회장은 이미 만 70세가 넘은 상태다. 활발하게 경영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나는 백 회장은 OCI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 회장의 조력자 역할을 유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