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3조 가치' 당근마켓 도약 시험대 '흑자전환 과제'①밸류 저해요인 '적자기업' 해소 취지, '광고' 주력사업 재편도 풀어야
박동우 기자공개 2023-05-12 07:23:20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17: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근마켓은 '중고품 거래 중개'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회사다. 국민 3명 중 1명이 쓸 정도로 친숙한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업계 주목을 끌면서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성취를 안고 다시 한번 도약의 시험대에 올랐다. '흑자 전환'이라는 과제가 경영진 앞에 놓였다. 실적 적자를 용인하다가는 자칫 밸류에이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광고수익 확보에만 기댄 주력사업을 재편하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지역→전국→해외' 8년간 확장 거듭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입지를 구축한 당근마켓은 지역에서 출발했다. 카카오에 몸담았던 김용현·김재현 창업자가 2015년에 '판교장터'라는 중고 거래 앱을 선보였다. 성남시 일대에 IT 기업들이 포진한 만큼 현지 직장인들을 플랫폼에 끌어들였다.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자 경영진은 플랫폼 명칭을 '당근마켓'으로 바꿨다. 서비스 권역을 전국으로 넓히는 취지가 녹아들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는 방식을 설계하고 거래 범위를 거주지 반경 6㎞ 이내로 제한한 아이디어는 비대면 사기 피해를 염려하던 잠재 수요층을 유인하는 동력이었다. 덕분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18년 50만명 △2019년 480만명 △2021년 1620만명 △2022년 1800만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당근마켓을 겨냥해 투자업계가 매력을 품는 건 필연적이었다. 2016년 이래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국내외 벤처캐피탈 자금을 2270억원이나 유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동성 보강을 계기로 경영진은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캐롯(Karrot)'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으로 진출했다. 해외 지역 440여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용자를 추가 유입해 성장을 도모하는 계산이 깔렸다.
◇'데이터 서버'와 '간편결제', 비용 급증 촉발
사업은 확장을 거듭했지만 매년 실적 적자에 시달렸다. 2022년 별도기준 당근마켓의 영업손실은 464억원, 순손실은 540억원으로 설립 이래 가장 많았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영업수익)인 499억원을 올린 성과가 퇴색됐다.
이익 실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국내외 벤처캐피탈에서 조달한 대목과 맞물렸다. 펀드 운용사들이 향후 지분을 팔아 차익을 거두는 데 방점을 찍었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원활하려면 밸류에이션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손실이 기업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매출을 웃도는 영업비용이 '관리 1순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963억원으로 2021년 609억원과 견줘보면 58.1% 불어났다. 영업비용 중 △인건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드러진다. 819억원으로 연간 비용의 85%를 구성한다.
인력 지출과 지급수수료의 전년대비 증가율을 억제하는 게 관건이다. 2022년 당근마켓의 인건비는 304억원으로 2021년 160억원과 비교하면 90% 늘었다. 같은 기간 지급수수료 역시 140억원에서 288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 서버를 확장한 영향이 작용했다. 2021년부터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 역시 비용 증대를 촉발했다. 소비자들을 당근페이로 유인하는 취지 아래 송금·결제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방침을 정했는데 당근마켓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수익원이 '광고'에 국한하는 대목도 개선할 숙제다. 2020년 이래 연간 매출 구성비를 살피면 광고수익의 비중이 꾸준히 99%를 넘겼다. 지난해에도 매출 498억원 가운데 광고수익이 494억원을 기록했다.
당근마켓에서 광고를 배치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앱 내부 게시물을 모아둔 화면 '피드(feed)'에 표시하거나 검색 결과창에 노출한다. 당근마켓은 한 건의 클릭당 100원 이상 대가를 거둬들인다.
광고에 기반을 둔 사업 모델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시장이 불황기로 접어들면 매출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불거지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특정 수익원에 편중된 한계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비상장사 재무분석]'IFRS 도입 3년' 야나두, 재무구조 개선 관건 'RCPS'
- [Board Index/카카오]뱅크와 페이 '경영자 승계정책' 무엇이 다를까
- SNT모티브 CFO의 '특별한' 소통
- [유동성 풍향계]HD현대케미칼 현금흐름 좌우한 'HPC 설비'
- [Board Index/카카오]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갚고 또 갚고' GS E&R, 재무건전성 강화전략 지속
- [Board Index/카카오]페이·게임즈·SM엔터, 사추위에 '전원 사외이사' 배치
- [Board Index/카카오]'대표·의장 따로' 상장계열사 10곳 중 4곳
- [Board Index/카카오]'쇄신'과 마주한 이사회, 인적구성부터 바꿨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HD현대오일뱅크 차입기조 관통하는 키워드 '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