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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볼보그룹코리아, NH아문디에 직원 뭉칫돈 맡긴다DC 제도 전면 도입 이전 파킹 성격…사업자 교보생명-한국증권

이돈섭 기자공개 2023-05-12 08:40:51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08: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볼보그룹코리아가 1400억원에 육박하는 확정급여형(DB) 적립금 대부분을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형 공모펀드에 태우기로 했다. 볼보그룹코리아는 노동조합 반대에 부딪혀 확정기여형(DC) 전면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변경 이전 DB 적립금을 잠시 위탁 운용하기 위해 펀드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볼보그룹코리아는 퇴직연금 DB 적립금을 NH아문디자산운용 공모펀드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볼보그룹코리아가 DB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교보생명과 한국투자증권으로 압축해 운영키로 했다.

지난해 볼보그룹코리아 DB 적립금은 1370억원. 같은 기간 퇴직급여 충당부채 1148억원보다 223억원 많았다. 적립비율은 119.3%로 최소적립비율 100%를 웃돌았다. 최근 10년 볼보그룹코리아는 DB 적립금 전액을 보험사 이율보증형 상품(GIC)으로 운용했고 초과 불입분은 별도 장기금융상품에 태워 운용해 왔다.

작년 한 해 적립금 운용을 통해 거둔 이자수익은 약 21억원. 단순 계산으로 산출한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1.7% 수준이다. 볼보그룹코리아는 GIC에 태운 DB 적립금 전체를 인출, 국공채 10년물 등을 담은 NH아문디운용 채권형 공모펀드 위주로 운용하면서 증권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기업이 DB 적립금 대부분을 공모펀드에 태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볼보그룹코리아의 경우 스웨덴 본사 지침에 따라 확정기여형(DC) 제도 전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노동조합 반발 등에 부딪혀 DB와 DC 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 제도 변경에 앞서 공모 상품에 적립금을 잠시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볼보그룹코리아 사정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DC 제도를 도입하면 DB 적립금을 인출해 직원들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그 전에 환매가 자유로운 공모펀드에 적립금을 투입한 것일 뿐"이라며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적립금을 운용한다는 개념보다는 파킹 성격이 짙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볼보그룹코리아는 최근 몇 년간 펀드 투자 의사를 내비쳐왔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볼보그룹코리아의 적립금 규모가 상당한 점에 주목해 자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제 복수의 사업자와 운용사가 이번 적립금을 유치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적립금 운용 성격과 자체 자산배분 전략, 펀드 운용 투명성 등 회사 요구 조건을 감안했을 때 NH아문디운용 채권형 펀드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들었다"며 "타사의 경우 대부분 OCIO 공모펀드 등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국내 DB 적립금 시장은 지난해 국내외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 인기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DB 적립금 7500억원을 채권형 펀드에 태우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의 경우 OCIO 펀드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간간히 있었지만, 올해의 경우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적립금 성격을 불문하고 NH아문디운용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3월 NH아문디 올바른지구 OCIO 펀드를 출시, DB 적립금 확보에 힘을 쏟아왔지만 트랙레코드 부재 등 원인으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볼보그룹코리아 적립금 유치가 사업 확대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볼보그룹코리아의 전신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종합 중공업회사 도약을 위해 중장비 사업부를 만들었다가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8년 볼보그룹에 건설기계 부문을 넘기면서 탄생했다. 모회사는 볼보 컨스트럭션 이퀴트먼트 AB로 현재 굴삭기 등 건설기계 제조와 판매 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594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61억원으로 11.1% 성장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총액은 1조342억원, 부채총액은 8187억원 규모였다. 작년 한해 DB 적립금 251억원을 적립했고 127억원을 지급했다. 임직원수는 1540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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