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01일 09: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대표이사 교체다. 수장이 바뀐 지 1년 만에 이뤄진 강수다. 이를 계기로 신세계까사는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등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적자 탈출을 위한 내실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김찬후 상무보의 보직 변경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번 대표 교체까지 2번이나 수장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도 그는 현재 자리를 유지했다. 인사 배경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무건전성 제고 측면에서 김 CFO의 역할을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영업맨 '김홍극 대표' 발탁

신세계그룹은 2023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홍극 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신세계까사의 신임 대표로 중용했다. 2022년도 인사에서 최문석 전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선임한 지 1년 만에 이뤄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최 전 대표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로 옮겨가게 된 만큼 결과적으로는 두 회사 간의 트레이드가 이뤄지게 됐다.

김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는 영업에 특화된 그의 전문성이 있다. 1964년생인 그는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로 입사하며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4년 이마트 영업총괄부문 라이프스타일본부 가전문화담당 상무보를 시작으로 이마트 상품본부장 겸 일렉트로마트 BM 상무, 이마트 상품본부장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8년에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 대표직을 처음으로 맡았다.

오랫동안 신세계 그룹 내에서 영업부문의 주요 자리를 맡아온 이력이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가 시급한 신세계까사의 대표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오랜 적자를 해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경우 2013년 11월 화성산업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이후 경영난에 빠져있었다.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감사보고서 기준으로는 2015년부터 연간 적자가 지속됐다.

하지만 김 대표가 취임 한 2018년 이후 적자폭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2020년에는 256억원의 영업이익과 2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이후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1억원과 138억원이다.

신세계까사의 현재 상황은 과거 신세계라이브쇼핑과 유사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 역시 2020년 흑자 전환하기 전까지 신세계그룹사로부터 5차례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유상증자에 관계사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총 51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신세계까사도 신세계로부터 유증을 통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김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 시절처럼 관련 재원을 토대로 한 흑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룹 전략실 출신 김찬후 CFO

김 대표가 그룹 내 영업 전문가라면 김 CFO는 오랫동안 재무 부문에 몸담은 인물이다. 신세계 그룹의 다양한 핵심 조직에서 재무 담당 보직을 맡으며 관련 부문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대표이사가 2번 교체되는 과정 속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향후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1972년생인 김 CFO는 1996년 옛 성안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경리과 주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0년 신세계그룹 전략실 기획 파트를 시작으로 신세계 재무,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지원팀장, 신세계 MD전략담당 테넌트 팀장 등을 거쳐 2018년 1월에 신세계까사 운영단 팀장을 맡았다. 신세계까사에서 지원담당에 오른 건 2019년 3월이며 2021년 10월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에 오르며 임원 배지를 달았다.

김 CFO가 임원에 오른 때는 최 전 대표가 신임 수장으로 중용된 시기다. 대표가 바뀌는 과정에서 CFO에게는 오히려 승진 인사를 냈다. 신세계까사가 현금 부족 등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CFO에게 힘을 실어주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였던 셈이다.

그가 신세계까사의 내부사정에 밝다는 점도 승진 인사에 일정 수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CFO는 신세계가 옛 까사미아를 인수하기 전부터 기업 분석 작업에 참여했다. 인수 초기에는 회사 운영 시스템 재정비에 관여하며 체질개선에 역량을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김 CFO의 올해 계획은 비용 절감 등을 통한 내실 강화다. 이를 위해 투자비 절감과 최소한의 재고자산 보유, 판관비 효율화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중 운전자본에 부담을 주고 있는 재고자산의 경우 여유 재고를 감안해 최소한의 재고를 보유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 상태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올해 수익성 제고를 중점 과제로 두고 연내 흑자 달성이 가능한 사업 구조로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핵심 상품 출시 등에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