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hy, 투자 확대 속 흔들리는 무차입 기조①지분법 손실 부담 가중, 1300억 차입금 여파 '순현금' 축소
박규석 기자공개 2023-06-19 07:25:47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13: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무차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공고한 시장 지배력으로 수익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 확대에 따른 지분법 손실이 커지고 있다. 투자금 유치에 따른 부채의 증가도 재무건전성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영업 흑자 불구 '104억 순손실'
hy는 1969년 11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설립됐다. 유산균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 등의 제조·판매가 주요 사업이며 2021년부터 현재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천안과 논산, 평택공장 등 3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전국 약 515개 판매망에 공급하고 있다.
hy는 대표 브랜드인 야쿠르트를 앞세워 시장 내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경우 출시 이후 52년 동안 누적 판매량이 500억병에 달하며 발효유 시장 내 점유율은 약 40% 내외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이후로는 개별 기준으로 1조원 규모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이 안정적이었던 만큼 hy는 일찍이 사업 다각화에 관심을 보였다. 2009년 NE능률 지분 45.4%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큐렉소와 싱크서지컬을 인수하며 의료용 수술로봇 분야에 진입했다. 큐렉소 등에는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으로 500억원 규모가 투입했다. 지난 4월에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 지분 66.7%를 8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투자 활동이 모두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의료용 수술로봇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들의 부진이 컸다. 싱크서지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싱가포르 중간지주사 HYSG의 수익성 악화로 지분법손실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hy의 개별기준 지분법손실은 2020년 말 기준 559억원이었지만 이듬해 95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93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부터 지분법손실이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2019년에 설립한 싱가포르 중간지주사 HYSG의 영향이 컸다. hy는 2020년 말부터 HYSG의 영향으로 470억원 규모의 지분법손실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관련 손실은 2021년 말에 911억원까지 늘었고 2022년 말 기준으로는 8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hy의 전체 지분법손실이 93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HYSG 관련 손실이 대부분을 차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지분법손실의 여파는 hy의 영업외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개별 기준 hy의 영업외비용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1180억원이다. 그 결과 hy는 같은 기간에 8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음에도 영업외비용의 여파로 104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 hy가 개별기준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장기차입금 1300억 늘어난 배경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hy의 지분투자 등은 수익성과 더불어 재무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채보다 현금성자산이 많아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격차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개별 기준 hy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379억원이다. 총차입금이 1312억원이 새롭게 잡히기는 했지만 169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무차입 기조는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 말 이후 순차입금을 -2500억원 규모로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현금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hy의 차입금이 재무지표 상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회사 운영자금 등을 위해 은행권 등에서 조달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의료로봇 관련 사업을 위해 유치한 투자금이 장기차입금 형태로 잡히면서 늘어난 차입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hy의 의료로봇 계열사인 싱크서지컬은 KD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관련 투자를 위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했다. 싱크서지컬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됐으며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설립된 싱크서지컬은 환자의 무릎(슬관절) 등의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에 사용되는 '로보닥'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다.
투자금은 hy의 재무제표에 외화장기차입금으로 잡혔다. 차입처는 KDB인베스트먼트글로벌헬스케어제일호로 총액은 1903억원 규모다. 금리는 고정금리로 이자율은 7.0%가 책정됐다. 만기에 일시상환할 예정이며 그 시기는 2027년 이후로 계획돼 있다. 2022년 말 기준 현재가치 할인이 들어간 차입금의 규모는 1312억원이다.
hy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의 경우 지분법손실에 따른 영향이 컸다"며 "차입금의 경우 계열사인 싱크서지컬의 투자 유치금이 장기차입금으로 잡히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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