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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3색 효성의 길]전망 갈리는 효성화학, 웃을까 울까②베트남 내수 시장 자체는 탄탄...프로판 가격 개선이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3-06-19 07:32:46

[편집자주]

대기업 계열사일수록 화려한 전적 혹은 반전 하나쯤은 갖고 있다. 비록 지금은 여러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렸을지라도 '옛날에는 잘 나갔지'라는 인식만큼은 확실히 남긴 곳이 있다. 반대로 위상 변화를 쉽게 상상할 수 없던 계열사지만 오늘날 '에이스'로 성장한 곳들도 꽤 있다. 효성그룹 '소재 3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캐시카우로 이름을 날렸던 효성화학은 올 1분기 452억원의 적자를 냈고 방향타 정도였던 티앤씨·첨단소재는 시장 점유율·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까.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는 효성그룹 3사의 길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진출은 패착으로 불러야 할까, 결정적 한수로 해석해야 할까. 판단만큼은 확실했다.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액을 투입하면서까지 시장 저변을 넓혀야 했을 만큼 절실했다. 그만큼 한때 폴리프로필렌(PP) 주요 수요처로 불렸던 중국이 판매처로 모습을 완전히 바꾸면서 효성화학이 설 곳은 줄어들고 있었다.

효성화학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베트남 투자를 이어갔다. 베트남 시장은 아시아 신흥국 중 화학업계 여건과 규제가 가장 순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당시 베트남이 매년 6%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었던 데다 인구 9400만명이라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어 효성화학의 진출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5년간 12억8000만달러, 약 1조6700억원이 투입됐다. PP생산을 위한 LPG저장소와 PDH(프로판탈수소화), PP(폴리프로필렌) 공장까지 순차적으로 준공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산량 확대가 보였다. 2019년 당시 베트남 PP 생산규모는 56만톤(t)이었다. 2020년과 2021년 준공이 차례로 이루면서 올 3월 말엔 122만t까지 늘어났다.

생산시설 확대는 자연스럽게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 효성화학은 2018년 ㈜효성에서 분할될 당시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1조6532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올해 3월 말 자산총계는 3조3309억원 수준으로 대부분이 기계장치와 구축물 등 유형자산이다. 베트남 내 PP 공장이 차례로 완공되면서 두 배 수준의 자산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단위: 십억원

판매할 수 있는 생산량 자체가 확대되면서 효성화학의 매출도 급증했다. 효성화학은 2022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87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사업 분할에 나섰을 때보다 146%(1조7000억원) 많아졌다. 주요 제품이 PP라는 점에서 역시 베트남 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효성화학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만한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다. 122만t에 달하는 PP를 생산하기 위해선 대규모 생산량에 맞는 설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공정상 또는 장비 반입의 과정에서 수년째 셧다운 및 각종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 6월 현재도 신규 장비 반입을 이유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있어 운영비만 나가고 있다.

PP의 주요 수요처인 건설 경기가 어두운 데다 원재료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프로판을 통해 화학 제품을 만드는 화학 계열사들은 원재료 가격이 매우 껄끄러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2020년 이후 아람코의 아시아향 프로판 계약가격(CP)은 톤당 1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통상의 원가가 400~500달러 수준에서 형성된다.

효성화학

겹겹이 쌓인 악재 속에 효성화학은 지난해 영업손실 3300억원을 냈고, 올해는 회사 출범 5년 만에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프로판 가격의 상승 추세와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물량 확대에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밝은 베트남 시장의 전망과 분명히 다가올 업사이클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실제 효성화학은 올해 7월 중순 이후부터 다시 베트남 PP 생산 공장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석유화학 업계는 시장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 현재는 프로판 가격 자체가 높아 수익성 개선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올해 말 혹은 내년 이후로 점쳐지는 업사이클에 효성화학이 올라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 진출 자체는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효성화학은 대규모 설비 가동 노하우가 부족했고 원재료 가격이 높아 만들면 적자인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업황 등 전방 산업의 회복 여부에 따라 수익성 개선 시점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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