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유럽 2023]배터리 전쟁 제2라운드는 '폐배터리 재활용'유럽업계, 폐배터리 수출 금지 요구...EU 배터리법에도 재활용 의무 담겨
뮌헨(독일)=정명섭 기자공개 2023-06-19 07:16:4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 이차전지 업계에선 폐전지를 유해 폐기물로 지정해달라고 난리에요."15일(현지시간) '인터배터리 유럽 2023'이 열리는 독일 뮌헨에서 만난 안재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브뤼셀 무역관장의 말이다.
유럽연합(EU) 규정상 유해 폐기물로 지정되면 수출하지 못한다. 이는 폐전지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다.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전지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최소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용량이 초기 대비 70~80% 가량 떨어진다. 이는 주행거리 감소와 충전 속도 저하, 방전 같은 운전상의 문제를 야기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커진다는 건 향후 폐전지가 쏟아진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 조사에 따르면 2032년에 110GWh 이상의 전기차용 폐전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차 1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배터리 양이다. 2035년이면 폐기되는 전기차가 1911만대, 2040년이면 4636만대로 늘어 폐전지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이차전지 업계가 폐전지 재활용 시장을 노리는 건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EU 지역은 전기차 보급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례로 EU는 수산화리튬 수입의 90%를 중국산에 의존한다. 전구체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95.3%에 달한다. 폐전지를 재활용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핵심광물을 채굴한 것과 같은 효과다.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산업 밸류체인을 재편하는 것이 EU의 궁극적 목표다. EU의 이차전지 공급망 자립목표를 보면 2027년까지 역내에서 이차전지 셀 생산 비중을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지역에서 생산된 이차전지만 사용한다는 의미다. 양극재의 역내 생산 비중은 67%, 리튬은 50% 이상이다. 폐전지를 통해 코발트 10%와 니켈 7%, 리튬 6%를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EU 배터리법' 규정을 보면 폐전지 재활용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폐전지 수거 의무와 회수율 등 구체적인 목표치가 담겼다. 이동식 전지의 경우 최소 회수율은 2023년 45%에서 2027년 63%, 2030년 73%까지 오른다. 폐전지에서 추출한 코발트와 리튬, 니켈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겼다. 폐전지 재활용으로 생산된 원재료의 경우 수입도 가능하다.
올해 5월 기준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포함한 유럽 13개 국가에서 총 58개의 이차전지 재활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중 향후 폐전지 물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 공장 등을 유치해 세계에서 이차전지 생산능력이 다섯 번째로 높은 국가다.
안 관장은 "폐전지 재활용 분야는 지금 시작해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이니셔티브를 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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