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인사 코드]대구은행, 은행권 최초 CFO에 '외인 기용 ' 파격②역대 외부영입 임원 단 2명, 요직 'CFO·준법감시인' 담당
최필우 기자공개 2023-06-27 07:40:43
[편집자주]
지방금융은 계파·학벌·연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지방지주가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방은행은 인사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 하고 있다. 지방지주의 전신이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창구인 지방은행에 그룹 개혁 성패가 달려 있다. 더벨은 지방은행 인사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08:1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은행은 인재 영입으로 순혈주의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외부 출신 임원은 역사상 단 2명에 불과하지만 요직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준법감시인을 맡았다. 전문성을 보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사 정책에 전반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특히 금융지주가 아닌 은행에서 CFO 자리를 외부 출신에게 맡기는 건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은행 자금 사정을 꿰뚫어 봐야 하는 CFO에는 내부 출신 중에서도 행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기용되는 게 관례다. 대구은행은 재무와 전략을 담당하는 CFO에 외부 인사를 기용해 안정보다 변화를 노린다.
◇외부 출신에게 '비자금 사태' 수습 일임
대구은행 최초의 외부 영입 임원은 구은미 전 상무다. 구 전 상무는 2020년 준법감시인으로 영입됐다. 그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지성, 광장 등에서 근무한 변호사다. 이후 농협중앙회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금융권과 인연을 맺었고 대구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구 전 상무를 영입할 당시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DGB금융그룹 최초의 외부 출신 CEO다. 행장이 외부 출신인 만큼 대구은행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인물을 영입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임원에게 준법감시인을 맡긴 건 대구은행에 있었던 비자금 사태 수습을 위해서다. 대구은행은 전임 회장이자 행장이었던 인물이 비자금을 조성해 구속 끝에 사퇴하면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구은행 임직원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구 전 상무 선임에는 연공서열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는 1977년생으로 임원진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유일한 40대이자 1970년대생 임원이기도 했다. 구 전 상무 기용으로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졌고 현재 3명의 1970년대생 임원이 임원진에 속해 있다.
구 전 상무가 2년의 임기를 마친 뒤에는 준법감시인에 다시 내부 인사를 기용했다. 우주성 대구은행 상무가 2022년 취임해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외국계 출신에게 '글로벌 스탠다드' 재무전략 주문
구 전 상무가 대구은행의 사법 리스크 뒤처리를 맡았다면 이은미 상무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합류했다. 이 상무는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 HSBC 서울지점 CFO, HSBC 홍콩지역본부 아태지역총괄 CFO를 역임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CFO 자리를 두루 거친 인물에게 재무 사령탑 자리를 맡긴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재무 전략과 시스템을 갖추는 게 이 상무의 역할이다.
은행 CFO는 통상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운용에 초점을 맞춘다. 내부에서 임원이 되기 전 재무 파트를 경험해본 인물이 CFO로 영전하는 게 보편적이다. 대구은행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보다 이 상무 영입을 계기로 재무라인 역량을 전반적으로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의 경영기획본부장 취임으로 대구은행 내 CFO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CFO는 행내에서 행장의 '최측근' 또는 '2인자'로 통했다. 외부 출신인 이 상무가 온 뒤에는 전문성을 갖춰야 취임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대구은행 뿐만 아니라 DGB금융지주도 외부 출신 CFO를 선임하고 있다. KB금융에서 경력을 쌓은 김영석 전 전무에 이어 자산운용업계 출신 천병규 전 전무를 CFO에 기용했다. 올해 이 상무를 영입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지주와 은행 CFO를 모두 외부 출신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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