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파이낸셜스토리 점검]'배터리' 2년의 질주, 어디까지 왔나①친환경 사업 중심 CAPEX 급증, 매출구조 변화 가시화
김위수 기자공개 2023-07-04 07:31:37
[편집자주]
'카본에서 그린으로.'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새로운 성장전략은 친환경 중심 사업 전환을 바탕에 두고 있다. 2021년 7월 '스토리데이'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파이낸셜스토리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년이 지난 지금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스토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더벨이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 전환 및 신사업 추진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사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이전까지 'SK에너지'로 불렸지만 정유·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을 분할해 자회사로 독립시키고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게 되며 SK이노베이션 간판을 달게 됐다. 기존 사명이었던 SK에너지는 정유사업을 맡은 자회사에게 물려줬다.중간지주사로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종이 짐작되지 않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명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정유, 화학중심에서 기술개발의 새로운 도약을 진행하는 새로운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유사업 분할과 사명 변경이 이뤄진 뒤에도 SK이노베이션은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정유사로 인식돼왔다. 정유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았고 업계 1위인 정유업의 임팩트를 제칠만한 다른 주력 사업을 내세우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했던 신사업이 그때까지만해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토리데이 이후 사업재편 '가속도'
2021년 7월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데이'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탄소사업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중심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이 발표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후부터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재편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미래 유망 사업으로 지목되는 배터리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이 짜였다. 배터리사업부 분할 및 투자금 조달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년간 숨가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외적으로 배터리사업이 가장 두드러지기는 했으나 다른 사업부문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유업 자회사 SK에너지는 플랫폼 및 해외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투자하며 변신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 ARC(Advanced Recycle Cluster)'를 구축 준비를 진행 중이다. SK엔무브, SK어스온 등 자회사들도 친환경 사업 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CAPEX 156% 증가, 정유업 투자금 줄어
사업 재편을 이루기 위한 자금소요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은 7조676억원에 달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CAPEX는 2조7543억원이었는데 이 규모가 매년 커지더니 지난해에는 7조원을 넘겼다.
CAPEX 증가를 이끈 것은 단연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이다.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는 SK온의 지난해 CAPEX는 4조8977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맡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CAPEX는 설립 이듬해인 2020년 5834억원에서 2022년 7550억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친환경 사업을 늘리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의 CAPEX도 2019년 1376억원에서 2022년 4012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른 사업 자회사들의 CAPEX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SK에너지의 CAPEX는 같은 기간 8750억원에서 3482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정유사업의 경우 대표적인 탄소 사업이다. 같은 탄소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은 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 여지가 남아있지만 정유사업의 이야기는 다르다. 특히 각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나서며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앞당겨지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SK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며 신사업 모색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60% 초반으로 내려앉은 정유업 매출 비중
2019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이 71.21%, 화학사업이 19.21%로 나타났다. 배터리와 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은 합쳐서 1.95%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매출 비중은 줄곧 70%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시장상황에 따라 이익 비중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매출의 경우 매년 70%대 초반으로 고정돼있었다. 사업재편 이후 이 수치에 소폭의 변화가 생겼다. 2022년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 중 67.36%가 정유사업에서 발생했다.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절대적인 수치가 줄었다기보다는 신사업의 기여도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실제 2019년까지 1% 수준이던 배터리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2년 9.76%로 대폭 확대됐다. 신규 공장 가동 일정이 계속 남아있는 만큼 배터리사업 매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연스레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2024 이사회 평가]효성티앤씨, 영업이익 개선에도 아쉬운 '경영성과'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 안 될 수도…불황 장기화 대비"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입장료 지불한 한화솔루션, 위기와 기회 사이
- [LG그룹 인사 풍향계]트럼프 정책 직접 영향권, 대관 역량 강화할까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OCI그룹,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 가능성에 베팅
- [2024 이사회 평가]KCC, 참여도 제외한 평가항목 '아쉬운 평점'
- [2024 이사회 평가]견제기능 미흡한 한솔케미칼, 우수한 재무건전성 '눈길'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목표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 태양광 미래는
- 송명준 사장, HD현대오일뱅크 재무건전성 확보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