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P-CBO 시장 대형IB들이 뛰어든 배경은KB·한투·삼성 참여, 사모사채 대비 수익성 메리트…기업 커버리지 확장 기회도
이상원 기자공개 2023-07-10 13:44:2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주관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중소형 증권사의 몫이었다면 코로나 지원책을 계기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발행이 늘어나며 대형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결과다.대기업과 중견기업이 P-CBO를 통해 조달하기 위해선 신용평가서 제출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 일련의 절차가 대형사에게는 익숙한데다 수익성 측면에서 일반 사모사채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메리트는 충분하다.
◇대기업 계열사 대거 발행…'KB·한투·삼성' 주관 경쟁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형사들이 P-CBO 주관 실적을 늘리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연초에 10개사 안팎의 주관사단을 선정한다. 과거 중소형사만 신청했다면 이제는 KB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P-CBO는 중소·중견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외에 일반 사업자들도 이를 통해 조달이 가능하다. 신보는 이들에게 신용을 제공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구조지만 그동안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해 발행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신보는 대기업을 풀에 포함시켰다. 대신 기업별 지원 한도는 대기업 1500억원, 중견기업 1050억원, 중소기업 250억원으로 정했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별 지원 한도를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리며 대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가 발행한 P-CBO 규모는 약 7550억원이다. 전체 발행 규모(5조1000억원) 가운데 15% 가량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SK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K에코플랜드(900억원), SK렌터카(1000억원), SK실트론(1000억원)은 총 29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외에 롯데그룹, 효성그룹, LX그룹, 코오롱그룹 등 계열사도 참여했다. 롯데건설(3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1000억원), 효성화학(1000억원), 효성중공업(700억원), LX하우시스(1000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650억원) 등도 발행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P-CBO에 대해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만 발행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등하고 발행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유리한 발행 조건을 감안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보, 한도소진에 유리…대형사, 커버리지 확장 등으로 활용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한 사채를 증권사가 인수하고 이를 SPC에 편입시킨다. 이를 선순위와 후순위로 나눠 P-CBO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신보는 신용보강을 제공한다. 후순위채는 해당 기업이 인수해 만기까지 리스크를 안고 투자증권손상차손을 통해 상각한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안정적이고 신보 입장에서도 수익은 올라가는 대신 리스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 여러 곳이 발행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의 규모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보 입장에서 대기업의 참여는 연간 한도를 소진하는 데에도 그만큼 유리해진다.
다만 신보가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을 위주로 P-CBO를 발행한 만큼 대기업과의 소통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발행한 P-CBO는 15bp의 인수수수료를 제공하는 대신 대기업과 중견기업 주관사에게는 20bp를 제공했다. 원래 수익성이 크지 않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 유치를 위해 수익성 측면의 메리트를 제공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참여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연간 발행 한도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발행 비율을 1대 1로 유지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의 풀은 늘 여유가 있어 대기업이 발행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과 매칭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중견기업에게 P-CBO가 필요하지만 정작 잘 모르고 있는 곳들이 많다"며 "이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대형사들도 주관사단에 들어야만 한다. 중견기업 이상은 외부에서 받은 신용평가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사전에 설명하고 이를 통해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대형사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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