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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오른 HMM 매각]'신속 매각' 어려워지는데…불가피한 영구채 1조 주식 전환다시 고개든 '배임 우려'…인수 측 최대 58% 지분 필요, 잔여 영구채 1.7조

김서영 기자공개 2023-07-17 08:10:53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2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HMM에 대한 '신속 매각' 방침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 정부 측 지분이 57.9%로 크게 뛴다. 인수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신속 매각'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자문단이 2조7000억원에 이르는 영구전환사채(CB) 및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1조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 구주와 함께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한다고 전해졌다. 영구채 전환 시점은 콜옵션 행사 시점인 10월 중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HMM은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6회차(192~197회)에 걸쳐 총 2조6800억원의 CB와 BW를 발행했다. 메자닌(CB·BW)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조기상환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조기상환의 반대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이들이 보유하는 지분이 더 커진다. 산은(20.69%)과 해진공(19.96%)이 가진 지분만 합쳐도 40.65%에 달한다.

게다가 HMM의 재무 여력도 충분해 조기상환 시나리오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말 기준 HMM 현금성자산은 5조원에 달한다. 이에 HMM은 올해 10월 만기 도래하는 총 1조원의 CB와 BW의 조기상환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산은과 해진공이 지난 4월 10일 자문단을 꾸려 HMM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지 3개월 만에 1조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관련 업계는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대규모 주식 전환과 강 회장이 줄곧 강조해오던 '신속 매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구주 40.65%에 1조원 규모의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신주 2억주가 발행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보유 지분은 57.87%로 커진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효과로 구주 지분 가치가 40.65%에서 약 29%로 12%p 하락하지만, 이들을 뒤로하고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선 인수자 측에서 약 30~57.87% 사이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HMM의 매각 규모가 상당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후보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주식 전환이 매각 과정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HMM에 대한 신속 매각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강 회장은 "HMM 매각과 관련해 시장가격으로 신속 매각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며 "HMM이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매각할 것이지만, 전체 해운사업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0일에 강 회장은 HMM에 대한 신속 매각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특히 HMM 주가가 산은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속 매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비율에 7bp만큼의 영향을 미친다"며 "13%대로 떨어진 BIS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 하려면 HMM 매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신속 매각 원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주식 전환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배임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현재 HMM 주식은 2만원 수준으로 영구채 전환가격인 5000원의 네 배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가의 4분의 1 수준으로 주식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한편 올해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 규모의 영구채를 해결한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1조6800억원의 영구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HMM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건 내년에 9600억원, 2025년에 7200억원이다. 이 역시 인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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