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두의 것이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초창기 넷(net) 세상을 수식하던 표현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 맘껏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의사소통 장을 기대했다.인터넷에 기반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도 이 수식어가 적용될 수 있을까. 어떤 소셜 미디어에도 자유롭게 가입해 활동할 수 있지만 플랫폼의 소유주는 명확하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빅테크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다.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내놓은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레드는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를 겨냥해 만든 서비스다. 둘은 스레드 출시 전 소셜 미디어에서 주짓수 격투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가 출시한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1억명을 끌어모았다. 숏폼 플랫폼 틱톡이 9개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 2년 반 만에 세운 기록을 닷새 만에 달성했다. 2개월 만에 1억명을 모은 생성형 AI 챗GPT 기록도 뛰어넘었다.
스레드는 알려진 바와 같이 트위터와 기능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텍스트 중심이다. 게시물 당 500자까지 지원된다.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와 사진 또는 최대 5분 길이의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새로울 것 없는 트위터 복사판인 스레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혹자는 인스타그램 후광효과를 꼽는다. 인스타그램 계정 보유자는 연동된 스레드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반발을 꼽는다. 수익성을 최우선가치로 내건 머스크의 행보에 다수 트리터리안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잠시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내놨던 때로 돌아가 본다. 페이스북은 주커버그가 2004년 개방되고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만든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다. 페이스북이 등장한 지 약 20년이 지났다. 당시 핵심 이용자였던 20~30대는 40~50대 중장년층이 됐다. 그들은 더 이상 게시물 업로드에 열을 올리거나 페이스북을 통한 사회적 관계망 맺기에 흥분하지 않는다. 한국의 싸이월드가 복원됐지만 당시 유저가 다시 싸이월드를 찾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주커버그는 2021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천명이지만 올드(old)한 느낌이 나는 페이스북을 사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스레드는 나이 들어가는 기존 소셜 미디어의 유저를 대신해 젊은 층 유저를 확보하려는 주커버그의 전략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앞서 2012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수십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약 10년이 지나 인스타그램 유저에 힘입어 새로 출시한 스레드가 가입자 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2004년 세상에 나온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2023년 스레드를 출시했다. 약 10년 주기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선보이는 셈이다. 기존 유저들을 붙잡고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임은 자명하다.
스레드에 가입할 때 작동방식 설명 문구가 뜬다.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개인 회원에 맞춤화된 광고 및 사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사용한다는 공지다. 내가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고 어떤 게시물을 클릭하는지를 추적해 광고주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2004년 등장한 페이스북이나 2023년 등장한 스레드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은 그대로다.
빅테크 기업의 수익모델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가 약 17년 전인 2006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터를 사실상 그대로 복제한 플랫폼을 선보였다는 것은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한 말이 머릿 속을 맴돈다. 스레드는 메타의 기회가 될 것인가, 위기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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