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레이션은 지금]신성장동력 확보 마지막 퍼즐, '투자회사' 변신③대기업집단 아닌 유일 종합상사...2019년 사명 바꾸며 신사업 추진 본격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7-27 11:18:21
[편집자주]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사업계는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라는 '변화'를 모색하면서 주력 사업이 모호해졌다. 오랜 기간 증시 랠리에서 소외된 이유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심 회복은 주목할만하다. 이에 더벨은 현대코퍼레이션의 현 상황과 미래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상사에게 신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출 역군은 옛말이 된 지 오래인 데다 '상사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 됐다.현대코퍼레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계열 분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획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국내 주요 종합상사 중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곳은 현대코퍼레이션이 유일하다. 뒤를 봐줄 거대한 그늘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지난 몇 년간 '투자회사'라는 새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다. 무역 업무를 하면서 쌓은 정보와 해외 네트워크를 강소 기업을 발굴·투자하는 움직임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 '3H' 전략 고안한 정몽혁 회장...사명 바꾸며 신사업 추진 각오
현대코퍼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사업 영토 확장을 각오한 시점은 독립 3년 차인 2019년이다. 당시 오너 경영인인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은 '3H'라는 키워드로 제시한 시기다. H1이 기존 트레이딩 사업이라면 H2는 트레이딩 연계사업, H3는 트레이딩과 무관한 신규 사업이다. 기존 트레이딩 사업(H1)에서 거두는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H2와 H3 사업으로 영토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중개 무역 대상 제품을 제조·유통 영역까지 확대하면 H2 사업이다. 과거 포스코와 인도 첸나이 철강 코일 가공 공장인 '포스현대'를 설립하고 증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식량 사업 진출은 H3에 해당한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지주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2020년 캄보디아에 농산물 유통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망고 생산과 유통, 수출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복안이다.
2021년 들어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사업 추진 의지는 더 강해졌다. 창립 45년 만에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바꾼 시기다. 당시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파부침주'라는 사자성어를 자주 언급했다.
이는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라는 의미로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2017~2019년에 연 4조원을 훌쩍 넘던 매출이 2020년 들어 2조8809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드리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트레이딩 사업 부문이 타격을 입은 여파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부품 제조·판매업과 친환경 소재 제조·판매업, 수소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관련 사업 등의 신사업이 대거 정관에 추가된 것도 정 회장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반영한다.
◇작년 CVC 설립...올해부터 강소 기업 투자 본격화
이후에도 H3 성격의 신규 사업 발굴 노력은 계속됐다. 2022년과 올해에도 각각 폐자원 재활용과 로봇 사업이 새 목적 사업에 추가됐다.
신사업 발굴 노력의 끝은 투자회사 변신을 위한 벤처캐피털 설립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작년 4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프롤로그벤처스'를 출범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와 현대코퍼레이션이 자본금 110억원을 들여 설립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81.8%,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1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NH벤처투자의 신관호 이사를 프롤로그벤처스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신 대표는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 LIG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을 거친 투자 전문가다.
프롤로그벤처스는 올해부터 스타트업 발굴과 펀드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 펀드 금액을 500억원 수준으로 잡았다. 2025년까지 2000억원으로 운용 금액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투자 분야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폐전지·플라스틱 재활용, 로보틱스, 전기차 부품 등이다.
프롤로그벤처스는 현대코퍼레이션의 신사업 발굴 조직인 사업개발 부서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현대코퍼레이션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킹 역량과 프롤로그벤처스의 투자 역량을 결합하고 각자의 투자 건에 대해 크로스 체크해 강소 기업을 선별하는 식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21년부터 크게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유럽, 독립국가연합, 중동·북아프리카, 일본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주요 해외 법인장이 이를 관할하는 NES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NEST 권역 인력과 프롤로그벤처스간 협력 체제를 구축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프롤로그벤처스는 해외 투자 전용 펀드 조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대규모 투자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자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라며 "최근에 (정 회장은) 사업개발 조직과 CVC간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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