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가온그룹, '코드 커팅'에 직격타…문제는 매출채권OTT 이동으로 셋톱박스 시장 정체…외상 회수 길어져 현금흐름 공백
고진영 기자공개 2023-07-31 09:37:37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5:5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온그룹은 셋톱박스와 네트워크장비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최근 몇년 급격히 일어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득세는 가온그룹에 구조적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톱박스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가온그룹 현금흐름에 타격이 왔기 때문이다.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은 운전자본 부담에 있다. 유료방송 등 전후방사업자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지다 보니 일종의 외상인 매출채권을 빠르게 회수하지 못한다. 가온그룹 잉여현금흐름이 수백억원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원인이다.
가온그룹은 올해 3월 말 연결 영여현금흐름이 -194억원을 나타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자본적지출)와 배당금지급액을 제하는 방식으로 잉여현금을 셈했다. 2021년 423억원 적자로 전환한 이후 3년째 음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운전자본 부담이다. 가온그룹은 연간 순이익이 200억원을 밑도는데 운전자본 증가규모가 2021년 말 800억원, 2021년 말 408억원, 올해 1분기 말 72억원을 나타냈다. 이 탓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음수를 기록, 잉여현금이 남아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운전자본 증가엔 재고자산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매출채권도 한 몫 했다. 매출채권은 제품을 외상으로 팔고 받은 채권이다. 손익계산서상으론 매출, 재무상태표에는 매출채권으로 기록된다.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가온그룹은 운전자본 감소로 2019년 영업현금이 플러스 전환했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가격이 떨어지고 지연됐던 매출이 실현되면서 재고자산이 줄어든 덕분이다. 그러나 이듬해 해외 거래처가 매출채권 상환기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하자 가온그룹은 현금흐름 구멍을 메울 방안이 필요했다. CFO 역할을 하는 정원용 경영지원부문장(전무)은 결국 가온그룹 측에서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 결제기일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영업현금 창출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1년 반도체 수급마저 불안정해졌다. 가온그룹이 선제 대응 차원으로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면서 다시 재고자산이 늘어난 데다, 해외거래처의 장기화된 매출채권 결제기일이 운전자본부담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가온그룹은 중남미와 유럽 등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인데 1분기 말 연결 매출에서 국내가 35.7%, 유럽 23.2%, 미주가 15%를 차지했다.
매출채권 회전기일을 보면 연결 기준으로 2017년 79.9일 수준이었는데 2020년 115.4일로 길어졌다. 지난해 말 다소 단축되긴 했으나 여전히 90.9일을 기록했다. 매출채권 구성은 3개월 미만이 86.5%(1068억원)로 가장 많았고 3~6개월이 6.9%(85억원)를 채웠다. 12개월이 넘은 매출채권도 4.9%(61억원) 있었다.
사업을 해서 남는 잉여현금이 없는 만큼 가온그룹은 부족한 현금을 차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7년 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연결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잉여현금이 마이너스 전환한 2021년 약 950억원까지 뛰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1667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현금성자산도 같이 늘었지만 차입금 확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 기간 가온그룹의 연결 순차입금은 252억원에서 1037억원으로 불어났다.
현재 매출이 정체되고 주요 원재료인 시스템반도체 가격부담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정원용 전무로선 당장 차입 부담을 통제할 뾰족한 수가 없다. 이른바 '코드 커팅(Cord-cutting)'으로 대변되는 트렌드가 셋톱박스 시장의 전체 파이를 갉아먹는 중이기 때문이다. 코드 커팅은 시청자들이 기존 케이블 방송 등을 해지하고 새로운 OTT 플랫폼 등으로 시청자들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온그룹은 당분간 지금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담보로 활용해 차입 상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온그룹의 총차입금 가운데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1360억원(81.5%)에 이른다. 현금성자산이 630억원뿐이니 차환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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