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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공급과잉 시대]쏟아지는 증설 물량, '불황의 장기화' 우려①'공급과잉' 국면 돌입한 석유화학 업계, 고강도 사업재편 불가피

김위수 기자공개 2023-08-09 08:19:33

[편집자주]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기'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수요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의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대 수출처인 중국 시장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체들과 석유화학 시장에 진출한 정유사들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더벨이 공급과잉에 빠진 석유화학 시장 현황을 면밀히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산업은 '사이클'을 타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여겨진다. 경기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겪는다는 뜻이다. 호황기가 끝나갈 무렵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다시 찾아올 호황기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의 이같은 경영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간 증설경쟁으로 경쟁환경이 악화된 데다가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클이 장기화되거나 호황 구간에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석유화학 자급률 높이는 중국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체들의 가장 큰 시장은 단연 중국이다. 석유화학 제품 전체 수출물량 중 절반에 가까운 40%가량이 중국으로 향한다. 올 1분기까지도 중국이 석유화학 수출국 1위 지위를 유지해 왔다. 단 감소세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석유화학 수출금액은 올 1분기 42억6000만달러(약 5조5550억원)로 전년 대비 26.2% 하락했다.

화학업계에서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중국 수출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사업 자급률 확대를 추진해 왔다. 범용 제품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기준으로 중국의 생산능력이 세계 1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증설이 남아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3년간 중국 기업이 완공할 에틸렌 증설 물량은 1755만톤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점은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인이다.

◇범용 제품 의존도 높은 국내 화학사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앞서 2017년 찾아온 초호황기 이후 이들은 기초유분 중심의 증설을 추진했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2조원 이상을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투입했다.

빠르게 사업 방향을 돌린 LG화학을 제외하고는 아직 범용 제품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에서 범용 제품의 사업 비중이 지난해 16%를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이차전지 사업의 확대로 올해는 이 비중이 14%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범용 제품 비중은 37%로 높았다. 다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및 롯데정밀화학 연결 편입 효과로 이 비중은 올해 3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지난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범용 제품 비중은 △한화토탈에너지스 39% △SK지오센트릭 40% △여천NCC 62%였는데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어려워진 사업환경, 대응책은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 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 생산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직계열화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수요 역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재건과 같은 특정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은 불황 구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상황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마진이 하락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원료 다변화 및 설비 효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스페셜티 제품 생산 확대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 등이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범용 제품과 관련된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들의 결단에도 눈길이 간다. NCC 업체는 아니지만 SKC의 경우 범용 화학소재 제품에 포함되는 필름 사업 매각을 지난해 단행했다. 반도체 및 이차전지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모태이자 핵심인 필름사업을 정리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LG화학 역시 제2 NCC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조60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제2 NCC는 2021년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초 범용 석유화학 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법인(LCPL)의 보유지분 75% 전량을 1924억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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