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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공급과잉' 데자뷔

김위수 기자공개 2023-08-08 11:49:42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산업군에서는 치킨게임 형태의 경쟁이 드물지 않게 펼쳐지곤 한다.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무기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며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식이다. 우리나라 액정보호장치(LCD) 사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이 스러질 위기에 처했다. 조선 및 철강업체들도 중국발 저가공세 및 공급과잉에 오랜 기간 시달려 왔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에서 데자뷔가 느껴진다면 기우일까. 석유화학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증설 계획이 2020년에 접어들며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벤치마크 제품인 에틸렌 전체 생산능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5%에서 올해 23%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2025년경에는 중국의 기초유분 및 중간원료 자급률이 100%를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킨게임이 일어난 다른 분야와 달리 중국 석유화학 산업 증설의 목표는 자급률 개선에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라는 같은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사들에게 중국은 아직도 가장 큰 수출처다. 탈(脫) 중국화의 결실이든, 중국의 자급률 확대에 따른 결과든 의존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40%에 가까운 물량이 중국으로 향하는 실정이다.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재 석유화학 시장상황에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일부 기여했다고 보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올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곤 했는데 그 시점이 됐지만 별다른 시그널이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과잉이 본격화되며 불황 구간이 장기화되거나 수요가 되살아나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일을 겪은 기업들의 경험이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중국의 저가 수주에도 불구하고 고수익 선종을 건조하는 기술력을 내세워 1위 탈환에 성공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포스트 LCD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놓은 점이 '믿을 구석'이 되고 있다. LCD 사업에서 조기 철수한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렇지 않은 LG디스플레이와 다르게 실적개선에 성공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공급과잉 국면에서 생존한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는 결론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보다 과감한 쇄신을 통해 생존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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