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은 증권사에게 애증의 단어다. 공모주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 청약을 통해 확보한 주식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상장 주관사가 이를 되사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공모시장 활성화를 위해 풋백옵션을 제도화했고 자연스레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들이 늘어났다.일감이 늘어난 증권사들은 당장 곳간이 채워져 환호했지만 곳곳에 지뢰밭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예측 불가능한 대내외 변수로 주식시장이 침체될 때마다 수백억원의 손해를 보고 되사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겨났다.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풋백옵션을 폐지한 시기도 있었다. IPO 자문 베테랑일수록 풋백옵션을 피하는게 좋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풋백옵션이 최근 시장에서 다시금 화두다. 미래에셋증권이 하반기 IPO 대어인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대표 주관사 선정에서 풋백옵션을 조건으로 승기를 거머쥐었다. 시장에서는 당초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유력한 후보로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 발표가 미뤄지던 끝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종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자발적으로 풋백옵션을 조건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공격적 영업방식을 취하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당장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CS는 동의된 사안이 아니라며 ‘풋백옵션’을 받을 수 없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풋백옵션을 내걸고 영업을 하면 잠재 리스크가 확대될 수 밖에 없고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풋백옵션을 카드로 활용해 구주주의 보호예수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득이 되는 게 맞을까. 당장 두산로보틱스는 한국거래소에 주관사의 풋백옵션을 근거로 보호예수기간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풋백옵션의 무분별한 확산은 기업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IPO 주관사는 일반청약 풋백 옵션이 있을 경우 리스크를 고려해 기업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눈치 싸움에 빠져들면 적정 기업가치 산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격적인 영업 경쟁에 나선 곳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서서히 내고 있다. 다만 풋백옵션과 같은 리스크 있는 확약은 향후 잠재적인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아직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을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PF발 리스크마저 확대되는 요즘 오늘의 영업을 위해 내일의 대형 리스크를 짊어지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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