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재 옥석가리기]롯데케미칼의 '도약', 음극재에서 가능할까⑥리튬메탈·실리콘 음극재 모두 겨냥…동박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기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3-08-14 08:10:19
[편집자주]
"나만 없어 이차전지"라며 시장 한구석에서 남몰래 한탄하던 기업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그 행선지는 분리막 너머의 '음극재'.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라 수요가 탄탄하다. 블루오션이기도 해서 꿈틀거리며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간절한 변신을 꿈꾸는 많은 회사들의 이야기, 언젠가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 날 검증의 현장이다. 승기는 누가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사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5: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세대 음극재에서만큼은 리더가 될 조짐이다. 그동안 이차전지 소재 업계 내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화학 공룡' 롯데케미칼 얘기다.롯데케미칼은 벌써 1년 전 차세대 소재인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에서 가장 먼저 구체적인 시설 투자 계획을 내놨다.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또 다른 차세대 소재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도 진출할 뜻을 밝혔다. 단순히 추격하는 단계를 넘어 음극재의 미래만큼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타트업 손잡은 롯데케미칼…2025년 이후 가시화
롯데케미칼이 차세대 음극재 시장에 도전한다. 지금까지의 사업 운용을 볼 땐 주로 '잘 되는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기술력이 높은 스타트업들을 통해 노하우와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리튬메탈 음극재 사업은 작년 4월부터 미 스타트업 '소일렉트(SOELECT)'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은 고용량 소재다. 다만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 음극재 표면에 쌓이면서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나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은 화제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개발은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소일렉트와 서로 간의 소재 기술을 접목시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약 2억달러(한화 약 2630억원) 규모의 기가와트급 리튬메탈 음극재 공장 구축을 검토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실리콘 음극재 사업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실리콘 음극재 역시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 고용량화에 유리하며 충전 속도도 빠르다. 흑연계 음극재와 복합해 사용하는데 아직은 안정 문제로 최대 실리콘 함량이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 함량을 늘리고 상용성을 키우는 게 업계 과제로 꼽힌다.
맞손을 잡은 대상은 스타트업 엔와이어즈(Enwires)다. 엔와이어즈는 현재 연 2만5000톤(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파일럿 라인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이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지난달 엔와이어즈와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2027년 상업 양산을 목표로 실리콘 복합물질(Si-C 계열)을 같이 개발할 예정이다.
◇추격은 충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의 협력 주목
차세대 음극재라는 목표를 빠르게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차세대 음극재 사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SKC는 실리콘 음극재는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제시해 놓고 있는 반면 리튬메탈 음극재는 구체적인 공장 구축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LG화학도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 따라붙던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사인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이 수년 전부터 배터리 셀과 소재 사업을 펼치고 있을 때 롯데케미칼은 신중했다. 올해 3월 동박 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했으나 SK넥실리스 등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아직 앞서간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차세대 음극재 분야는 아직 초기 시장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는 대주전자재료와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올해 각각 3000t, 2000t 정도의 실리콘 음극재 캐파를 보유할 예정이다. 캐파 자체가 월등하지 않기 때문에 추격할 만한 시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업계는 롯데케미칼이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간 시너지를 낸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박은 음극재를 얇게 감싼 막으로 일종의 지지체 역할을 한다. 두 소재 간 기술적인 접점이 많다. 공동 연구개발(R&D)로 차세대 음극재를 선도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음극재 업계 관계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업계 최초로 동박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곳"이라며 "얇고 단단한 동박을 만들어 내는 만큼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서도 기술적인 시너지 효과를 분명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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