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재 옥석가리기]특수소재 겨냥한 OCI, 수익성 회복은 '과제'⑤맞닿아 있는 사업적 노하우…시장 수요에 따라 증설도 검토
이호준 기자공개 2023-08-11 08:40:54
[편집자주]
"나만 없어 이차전지"라며 시장 한구석에서 남몰래 한탄하던 기업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그 행선지는 분리막 너머의 '음극재'.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라 수요가 탄탄하다. 블루오션이기도 해서 꿈틀거리며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간절한 변신을 꿈꾸는 많은 회사들의 이야기, 언젠가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 날 검증의 현장이다. 승기는 누가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사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6:1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사업회사 OCI는 분할 이후 첫 기업설명회(IR)부터 실리콘 음극재용 특수소재 공급 사실을 알리면서 좋은 출발을 알렸다.최대 강점인 확장성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아직은 이론상이지만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들 때 필요한 주원료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음극재용 특수소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사업적 리스크는 적고 원가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다.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긴 해도 일단 제품 개발 측면에서 갖는 이점은 상당하다.
◇기술적 접점…이차전지 소재 진출의 원동력으로
'장점을 잘 살리자'. OCI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화학업의 특징을 잘 활용해 음극재의 중간소재와 그 원료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고연화점 피치'다. 3년 전 OCI는 포스코퓨처엠과 합작법인 피앤오케미칼을 세웠다. 이후 반도체 공정 소재인 과산화수소 생산만 목표로 하다가 이듬해 고연화점 피치 생산 계획까지 수립했다. 음극재 표면 코팅에 쓰이는 고연화점 피치는 배터리 충·방전 효율성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OCI만의 노하우가 원동력이 됐다. OCI는 그간 석유를 원료로 각종 화합물을 생산하면서 알루미늄 제련용 전극봉에 사용되는 '액상 피치'를 생산해 왔다. 생산기술이 중복됐기에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현재 피앤오케미칼의 고연화점 피치 생산 공장(연 1만5000톤 규모)은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 소재인 모노실란(SiH4)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SiH4는 규소 분말과 수소 등의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특수가스다. 실리콘 음극재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필수 소재인데 OCI는 이번 2분기 IR에서 영국 실리콘 음극재 회사 넥세온과 2025년부터 5년간 약 700억원(5500만 달러)에 SiH4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OCI의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성과다. OCI는 메탈실리콘(MG-Si)을 주원료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간 소재로 고순도의 삼염화실란(TCS)을 만들어 내는데 SiH4는 TCS를 통해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 설비만 많다면 얼마든지 SiH4를 만들 역량이 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OCI 관계자는 "독일 회사가 독점하던 고연화점 피치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도 큰 의미"라며 "SiH4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성격을 갖고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산된 투자처…궤도 오를 때까지 본업이 관건
OCI는 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겨냥한 지 불과 수년 만에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메탈실리콘(MG-Si) 등 주원료단에서 더 생산해 볼 수 있는 소재도 많아 확장성도 기대된다.
물론 회사의 행보를 뒷받침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자본집약적 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는 대량의 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격 경쟁력 확보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OCI의 올해 6월 말 현금성 자산은 약 3790억원이다.
OCI는 현재 재무적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군산 공장 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증설과 고순도 인산 등 스페셜티 제품에 대한 증설이 검토되고 있다. 약 200억원이 집행될 예정인 SiH4 설비 투자 역시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 증설이 검토될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진 본업격인 △베이직케미컬(폴리실리콘 등) 사업과 △카본케미컬(카본블랙 등) 사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 회복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모두 하락한 상황이다. 반도체 시황 부진,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으로 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기존 제품들의 수익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베이직케미칼 사업은 반도체 시황이 살아나는 올 4분기부터 안정적인 마진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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