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1차례 판 쉰들러, '진짜' 속내는 6월말 이후 '찔끔찔끔' 처분, 사실상 현대그룹 흔들기
조은아 기자공개 2023-08-11 08:29:1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세계 2위 엘리베이터 회사 쉰들러홀딩스(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조금씩 매각하고 있다. 말그대로 '찔끔찔끔'이다. 목적을 '투자자금 회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현대그룹 흔들기에 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9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쉰들러는 8월 들어 8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다. 적게는 1만1000여주, 많게는 3만4000여주씩 모두 11만6390주를 팔아치웠다. 이를 통해 50억원이 조금 못 되는 현금을 확보했다.
쉰들러는 앞서 6월 말 10년 만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분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매각한 주식 수는 9만119주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처분이 이뤄졌다. 손에 쥔 현금은 40억원 수준이다.
이후로도 쉰들러의 지분 매각은 계속되고 있다. 7월 들어서도 18차례에 걸쳐 주식을 팔아치웠다. 시장이 열리는 거의 모든 날에 매각에 나섰다. 하루에 적게는 2000여주에서 많게는 2만2000여주를 매각했다.
두 달 가까이 쉰들러가 주식을 판 횟수만 무려 31차례에 이른다. 그러나 워낙 조금씩 팔았던 탓에 지분율은 기존 16.2%에서 14.9%로 단 1.3%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 역시 200억원 정도다. 200억원을 위해 31차례 주식을 파는 수고를 한 셈인데 어느 면으로 보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행보다.
처음 쉰들러가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진 6월 업계에선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특히 쉰들러가 지분에 직접 손을 댄 건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엑시트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쉰들러는 2013년 말 마지막으로 5000주를 장내 매입한 이후 올해까지 지분을 사거나 판 적이 없다.
당시 쉰들러는 동력을 잃은 상황이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려던 시나리오가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4월 대법원으로부터 17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쉰들러는 배상금 확정 후 현 회장 지분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서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가져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회장이 배상금을 모두 갚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지분을 조금씩 처분하는 행보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지분 매각 자체보다는 현대그룹 흔들기에 그 목적이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떨어뜨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에 재도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지분 매각을 통해 많은 현금을 쥐려면 쉰들러처럼 조금씩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털고 나가는 편이 유리하다. 쉰들러의 잇딴 지분 매각에 현대그룹 역시 매우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쉰들러의 전략이 먹히지는 않는 모양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6월 말 이후 한때 3만90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현재는 다시 4만3000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쉰들러의 계속되는 지분 매각 공시에 내성이라도 생긴 듯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역시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주주환원 금액을 대폭 늘렸다. 현금창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자사주 매입에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규모의 돈을 풀고 있다. 올해만 모두 13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올해 결산 배당을 지난해(현금 배당금 총액 199억원)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예상 주주환원 총액은 1500억원가량이다. 목표 영업이익(1473억원)보다 큰 금액이다.
업계는 쉰들러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쉰들러는 2006년 주요 주주로 등장한 뒤 무려 17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분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지분을 매각한 뒤 다시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히 쉰들러가 노리는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의 매력이 여전히 크다. 매년 4만대 가량의 엘리베이터가 새로 설치되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전국 엘리베이터 수는 80만대 규모로 세계 7위다. 유지 보수 시장도 상당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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