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니컬 리포트]비만약 키우는 대원제약, 핵심 경쟁력 '붙이는 위고비'대원제약-라파스 맞손, 고성장 비만치료제 시장서 제형 변경 차별화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17 10:23:04
[편집자주]
혁신신약을 노리는 기대주, 즉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 품목허가를 너머 성공적인 상업화에 도달하기까진 임상 평가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 경쟁사 현황, 인허가 과정이 얽혀 있다. 각사가 내놓는 임상(Clinical) 자체 결과는 물론 비정형화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해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0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원제약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마이크로니들 개발 기업과 손잡고 제형 변경을 통해 후발주자로서 반전을 꾀한다. 최근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기존 치료제가 자가 주사제인 만큼 편의성 개선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비만치료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주 주사, 월 200만 '위고비', 편의성·가격 경쟁력↑
대원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했다. DW-1022는 2020년부터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미글루타이드)를 붙이는 제형으로 바꾼 후보물질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바늘을 이용해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 전달 시스템(TTDS)이다. 패치 형태 약물을 몸에 부착해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한다. 기존 주사기의 효능과 패치의 편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높은 편의성과 안전성이 특징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투여 부위의 회복이 빨라 환자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 바늘에 의한 2차 감염 부작용 위험도 없다. 기존 제형보다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유통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가 기존에 보유한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개선한 약물이기도 하다. 삭센다는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이후 2014년 비만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만 단독 품목 매출로 600억원을 올릴 정도로 사실상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다.
삭센다는 하루에 한 번 자가 주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개선해 일주일에 한 번 자가 주사하도록 개발한 게 위고비다. 지난 1분기 매출은 6억6600만달러(약 8500억원)로 전년 대비 255%가량 늘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로 킴 카다시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해외 유명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데다 최근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까지 나오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문제는 위고비 역시 환자가 직접 복부에 바늘을 찔러야 하는 주사제라는 점. 위고비가 매주 투여하는 약물이고 체중 감량 효과를 보기 위해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편의성 개선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위고비의 한 달치 약값은 1350달러(약 180만원)에 달한다.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생산 및 유통할 수 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를 포함해 일라이일리, 화이자 등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생체 흡수율이 낮다.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는 흡수율과 약물 전달 속도가 빠른 편이다.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관련 시장에 주목한 배경이다.
이번 임상 1상은 대원제약이 주도한다.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하긴 어렵지만, 내년 안으로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대원제약은 유전자 재조합 위고비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을 개발해 왔다. 완제의약품 비임상 연구도 맡았다. 라파스는 이렇게 개발한 완제의약품을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경쟁 치열 비만치료제 시장, 개발 속도 '관건'
비만치료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휴메딕스·HLB제약 등이 GLP-1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펩트론은 위고비를 한 달에 한 번 주사해도 효능을 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대원제약·라파스와 같이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도 많다. 광동제약은 마이크로니들 기업 쿼드메디슨과 손을 잡았다. 자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KD101'의 제형을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D-101은 지방분화를 억제하고 열대사를 촉진하는 연필향나무 유래 단일성분 제제로, 임상 2b상을 앞뒀다.
동아에스티도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개발기업 주빅과 함께 경쟁에 가세했다. 동아에스티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DA-1726'의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빅이 DA-1726을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전환하고 의약품 품질 분석을 맡을 예정이다.
결국 관건은 신약 개발 속도다. 무엇보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속한다.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층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유효성분이 피부를 뚫고 체내에 흡수되기가 쉽지 않다. 화장품 제품을 제외하면 아직 허가받은 마이크로니들 제형 의약품이 없다.
라파스가 마이크로니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유효성분의 손실이나 변형 없이 빠르게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했다. 여러 미용 마이크로니들 제품을 상용화했고 마이크로니들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실제 대원제약과 라파스의 이번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지난달엔 합성 위고비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공동 특허 등록도 마쳤다.
다만 제품 탄생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원제약 역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위고비 각국 특허가 만료되는 2026년에서 2032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당뇨나 비만 등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의 경우 복약 편의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면서 "기존 주사제보다 인체 흡수성과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혁신적인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