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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니컬 리포트]한미약품의 8년 여정, '빅파마 무덤' NASH 잡는다에피노페그듀타이드 2b상 본격화, 체중감량·항섬유화 이중기전 강점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16 10:30:39

[편집자주]

혁신신약을 노리는 기대주, 즉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 품목허가를 너머 성공적인 상업화에 도달하기까진 임상 평가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 경쟁사 현황, 인허가 과정이 얽혀 있다. 각사가 내놓는 임상(Clinical) 자체 결과는 물론 비정형화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해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웬만큼 병이 진행하는 동안 뚜렷한 증상이 없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고지방 위주 식습관이 보편화하며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정식 승인받은 치료제는 전무하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조차 번번이 임상에서 실패한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 제약업계 대표주자 한미약품도 NASH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빅파마로부터 권리를 반환받은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바꿔 또 다른 빅파마에 기술수출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임상 2b상에 진입하며 신약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여곡절 에피노페그듀타이드 2a상 '긍정적', 최근 2b상 본격화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2b상의 환자를 모집 중이다. 앞서 지난 6월 23일 첫 환자 등록을 시작하며 임상 2b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번 임상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대조약물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위약을 비교하는 임상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와 비만을 적응증으로 모두 허가받은 치료제로, 지난해 매출 25억달러(약 3조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NASH 또는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과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뇌의 포만 중추를 자극해 식욕 억제를 돕는 식후 호르몬이다. 글루카곤의 경우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직접적으로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약효 지속 플랫폼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투약 주기도 늘렸다.

한미약품 입장으로선 우여곡절이 많은 약물이다. 2015년 얀센과 총 9억1500만달러 규모로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2019년 계약 해지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반전은 이듬해 일어났다. 적응증을 NASH로 바꿔 MSD에 총 8억6000만달러에 다시 기술수출한 것. 현재 MSD가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개발·제조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 NASH 치료제로 개발을 이끌고 있다.

임상 2a상에서 대조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보다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간학회(EASL) 발표에 따르면 임상 2a상 분석 결과 치료 24주 차에서 간지방함량 투약 전 대비 간경직도를 72.7% 줄였다. 같은 기간 42.3% 감소시킨 세마글루타이드를 훨씬 앞선 수치다. 섬유화 악화 없는 지방간 해소, 지방간 악화 없는 섬유화 개선은 FDA가 제시한 NASH 치료제 핵심 평가 지표다.

다만 일반적으로 NASH 치료제로서 효능을 판단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다. 24주 차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52주 차 변화를 보도록 설계한 이번 임상 2b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2b상은 오는 2025년 12월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빅파마도 실패 '난공불락' 영역서 글루카곤 기반 차별화 자신감

NASH는 말 그대로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잘못된 식생활이나 운동습관으로 간에 지방이 쌓여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간경화, 간암, 간부전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오는 2026년 전 세계 NASH 시장은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허가받은 치료제가 없다. 성공 시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다.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 경쟁력은 직접적인 항 섬유화 효과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포함해 최근 흥행에 성공한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마운자로'는 모두 GLP-1 기반 치료제다. 이들 치료제 모두 적응증을 NASH로 확장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난항을 겪었다. 살을 뺌으로써 얻는 부수적인 효과를 이용한 치료제인 탓이다. 체중 감량은 지방간 진행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어 NASH 환자에게 권고하는 처방 중 하나다.

이와 달리 글루카곤을 활성화하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직접적으로 섬유화를 억제한다. 이로써 비만 NASH 환자군은 물론 마른 NASH 환자군에서도 항 섬유화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리서치 데이 행사에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 상무는 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상무는 "글루카곤 관련 연구에 있어선 한미약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직접 항 섬유화 효과를 내는 점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 전략"이라고 했다.

여기에 이미 체중 감량 효과도 인정받았다. 과거 얀센이 진행했던 임상 2상에 참여한 피험자군에서 두 자릿수 이상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얀센은 2019년 에피노페그듀타이드 권리 반환 당시 "2건의 비만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 임상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NASH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은 입증한 셈이다.

다만 NASH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는 그만큼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는 뜻이기도 하다. NASH는 발병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데다 복합적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임상 환자 모집도 어렵다. GLP-1 기반 치료제에서 우울증, 자살충동 등 정신건강 관련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는 점도 예의주시해야 할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 NASH 신약 타이틀을 갖기 위한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빅파마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발이 까다로운 영역이지만 각기 다른 기전으로 여러 치료제가 한창 개발 중인 만큼 머지않아 NASH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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