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키움증권, 김익래 떠나자 ‘사외이사'가 의장됐다불미스런 사태 계기 불구 '이사회 독립성 강화 진정성 엿보여' 평가
최윤신 기자공개 2023-08-21 13:16:4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증권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체제를 맞았다. 그간 그룹 최대주주가 담당하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넘겨 이사회 내 상호 견제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이사회 의장 변경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CFD 사태와 관련한 책임으로 직을 내려놓은 영향이다. 불미스런 사건이 단초가 돼 의미는 다소 퇴색됐지만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상장 초대형증권사' 품격 갖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5월 18일 이사회 절차를 걸쳐 이군희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키움증권이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의사가 맡게 됐다.

그간 키움증권의 이사회 의장직은 김익래 전 회장이 도맡아왔다. 김 전 회장은 2003년 비상근 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하며 의장직을 맡았고, 최근까지도 이사회 의장을 담당해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기 때문에 ESG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했지만 그룹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기 때문에 ‘상호 견제’의 관점에서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 개편을 통해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며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실제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이사회다.
2016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13조 1항은 금융회사가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같은 조 2항에 단서조항으로 사외이사가 아닌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증권회사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대표이사 혹은 최대주주 측 인사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겨왔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였다. “원만한 이사회 소집 및 주재와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함”이라는 게 그간 키움증권이 김 전 회장을 이사회 의장직에 앉혔던 명분이었다.
다만 키움증권이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상장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이사회 구조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외이사 의장 선임을 통해 적어도 이런 비판에선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형증권사 중 사외이사가 아닌 인물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비상장사다. 반대로 상장 증권사 중에선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들이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갖추지 않았다. 상장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예외조항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해서 최대주주의 입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적어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간 상호 견제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현재의 이사회 체제를 내년 주총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이 지난 6월 19일부로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며 기존 8인의 이사회가 7인으로 줄었지만 임시주총을 통한 추가 선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는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위원회 개편도 필요하지 않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외이사 의장 선임을 계기로 이와 같은 이사회 체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이를 위해 이사회 의장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사외이사 의장 선임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최연장자' 김재식 이사 대신 '차연장자' 이군희 이사 의장으로
키움증권이 사외이사 의장을 도입하는 과정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CFD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임하며 이뤄진 변화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의 결과라고 바라보긴 어렵다.
다만 키움증권의 정관과 선임된 이사회 의장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키움증권의 정관은 별도의 이사회 의결이 없다면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맡도록 돼 있다. 김 전 회장이 의장 직에서 사임한 뒤 별도의 이사회 결의를 하지 않는다면 황현순 대표이사가 자연스레 의장을 겸직하게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김 전 회장이 사의를 밝힌 뒤 2주만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군희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기기로 결정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5인의 사외이사 중 이군희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맡긴 점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통상 국내기업에선 사외이사 중 최고 연장자가 의장직을 맡는다. 증권업계사외이사 의장인 정용선 미래에셋증권 이사회 의장, 장범식 삼성증권 이사회 의장, 홍은주 NH투자증권 이사회 의장은 모두 사외이사진에서 가장 연장자다.
이와 달리 키움증권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 1949년생으로 최고 연장자인 김재식 사외이사가 아니라 두 번째 연장자인 이군희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키움증권 측은 "이군희 사외이사가 서강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현대카드HMC투자증권 사외이사, 국민은 행삼성카드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여 경영에 대한 높은 전문성 갖춘 점을 고려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김 전 회장과 학연이 있는 김재식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바라본다. 김재식 사외이사는 김 전 회장과 한 살 차이로 경복고 동문이다.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지난 주총에서 김재식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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