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공개(IPO)가 아직도 한국거래소의 심사 단계에 묶여있다. 지난 4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니 규정상 심사기한(45영업일)을 훌쩍 넘어 4개월 가량 지체됐다. 올해 증시 키워드인 '에코프로' 그룹 계열인 만큼 공모주 투자자도 고대해온 대어다.심사 지연의 이유로 이동채 전 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꼽는 IB가 주를 이룬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 대법원은 10억원 넘는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인정하면서 실형을 확정했다. 거래소측이 재판 결과를 기다려왔다는 관측은 설득력이 높다.
이 전 회장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도덕성에 대한 지탄과 함께 행위에 걸맞는 형벌이 엄격하게 가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 유죄 판결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을 단순하게 연결하는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별개의 법인격이 부여된 기업에 이미지상 흠집일지언정 개인의 일탈 자체를 법인의 중대 흠결로 간주하는 건 지나치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주주 적격성은 금융사의 최대주주를 놓고 대주주로서 자격을 진단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금융회사는 비즈니스의 상대방이 많게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광범위한 개인이다. 이 공공성을 감안해 최대주주에 유독 강도높은 잣대를 들이댄다. 최종 판결을 받은 범죄 이력만으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거래소의 IPO 심사에서는 상장사 오너의 적법성을 경영 투명성이라는 명목으로 살펴본다. 중점 진단 사항은 차명 주식이나 편법적 옵션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단지 상장을 앞둔 기업의 대주주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자동적으로 승인을 불허하는 법규는 없다. 만일 온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오너와 경영이 투명하게 분리된 기업이라면 너무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이 전 회장이 직접적 최대주주가 아니기도 하다. 그는 그룹의 지주사 격인 에코프로의 1대주주이고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분 53%를 쥐고 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은 논란 이후 수장 직함을 내려놓은 동시에 경영에서 손을 뗐다.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물론 에코프로그룹이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만일 최대주주가 범행 전력이 있는 기업은 상장할 수 없다는 논리를 관철시키려면 당장 에코프로의 상장 폐지부터 논의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선진 시장의 상법에서는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해 오너와 회사를 별개의 인격체로 분리한다. 이 콘셉트가 바로 주식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 주주를 확대한다는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제도의 성립 기반이기도 하다.
결국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심사의 포인트는 이 전 회장의 유죄 여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부통제 시스템의 완결성이어야 한다. IPO 불허의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게 아니라 눈치껏 철회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애매모호함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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