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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10년 이력' 김문선 상무, LP 세컨더리 '개척자'로 'VC 성숙도 바로미터' 중간회수 역할 모펀드 국내 정착 노력…바이오오케스트라 딜 발굴

구혜린 기자공개 2023-09-01 08:01:4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자자(LP)가 '급한 돈'이 필요할 때 펀드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방법이 있다. LP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VC) 하우스에 펀드 지분을 매각하고 중도 엑시트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제 개화 단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형태의 펀드는 172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국내 벤처시장에도 LP 세컨더리 펀드를 정착시키려 밭을 가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운용역 중 하나가 김문선 퀀텀벤처스코리아 상무(사진)다. 10년간 한국벤처투자에서 다양한 위탁운용사(GP)와 네트워크를 쌓은 그는 GP를 기준으로 펀드를 감별하며 민간 모펀드 운용에 나서고 있다.

◇성장 스토리 : 공대생, 디자이너, 운용역 꿰뚫는 키워드 '밸류업'

김문선 상무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13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상이한 전공으로 두 번의 학사를 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당시 '브랜드'가 국내에서 화두가 되자 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졸업 후 미국 대형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디자인 컨설팅사 풀린 앤 모리스에서 브랜드 컨설팅에 주력하는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런 그가 MBA 프로그램에 도전한 이유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 직접적으로 기여하길 원해서다. 디자인 컨설턴트는 고객사의 정성적인 밸류업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의견을 내는 부분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걸 느꼈다. 기업을 실질적으로 키우는 데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MBA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 한국에 귀국, 서울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시작했다.

MBA 중 여러 과목을 접하면서 그는 금융에 끌렸다. 당초 목표로 한 건 장기간 해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크로스보더 전략 컨설팅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직접적인 기업의 밸류업 효과는 금융분야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금융 전공을 선택했다. 당시 졸업생 중 VC로 가는 동기들이 많아 2011년 석사가 끝나자 마자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입사하게 된다.

한국벤처투자에선 각종 업무를 도맡았다. 투자분석팀, 투자관리팀, 준법지원팀, 투자운용팀, 조사분석팀, 펀드운용팀 등에서 모태펀드의 운용·사후관리, 신규 모펀드 설계 및 운용, 국내외 벤처투자 정책 조사연구 등을 수행했다. 최초의 여성 팀장, 중기부 계정 실무 총괄자로 모태펀드를 졸업할 만큼 그는 우수한 인력이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19년 금융위원장(금융 혁신 부분)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스타트업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싶다는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안정성과 많은 투자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다만 투자사 대비 스타트업에게서 한 발 더 물러서 있어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에 그는 10년의 모태펀드 세월을 마감하고 2021년 퀀텀벤처스코리아에 합류하게 된다.

김문선 상무는 "이곳 저곳을 왔다 갔다 한 건 남들보다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세상에 어떤 변화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VC 업계는 세상이 변하는 것을 최전선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폭넓은 경험 덕분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을 갖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자 철학 : LP 세컨더리 특수성 "GP의 기업 밸류업 이력 보고 투자"

퀀텀벤처스코리아가 김문선 상무를 영입한 건 LP 세컨더리 펀드 운용을 맡기기 위해서다. LP 세컨더리 펀드는 일반 세컨더리 펀드와는 개념이 다르다. 세컨더리 펀드가 단순히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한 기업의 구주를 매수하는 펀드라면, LP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LP가 펀드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만큼을 매수해 대신 LP로 들어가는 펀드다. 민간 모펀드(Fund of Funds)로 봐도 무방하다.

실무적으로 까다로운 투자다.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를 모두 평가해야 펀드의 가격이 나오므로 시간, 정보력 면에서 일반 세컨더리 투자 대비 품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딜이 들어와도 상대 LP가 인수가에 합의하지 않으면 깨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제안은 LP가 아닌 GP를 통해 들어오는데 여러 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 딜로 연결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LP 세컨더리 투자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떤 펀드의 지분을 원금 수준으로 가져와 펀드 만기까지 기다릴 경우, 선투자한 LP 대비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에 IRR 수치가 높다. 또 다른 하나는 만기가 끝나가는 펀드에 투자, 1~2년 만기 연장을 통해 포트폴리오 업사이드를 내고 높은 수준의 IRR을 기록하는 전략이다. 연장이 여의치 않은 LP가 지분을 팔고 나갈 때 적용 가능하다.

일반 벤처투자와 다른 점은 투자의 잣대가 GP에도 있다는 점이다. 김 상무는 투자처를 평가할 때 해당 펀드의 GP가 투자 대상 기업과의 성장을 같이한 이력에 주안점을 둔다. 김 상무는 "펀드를 운용하다보면 장기간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경험이 풍부한 GP가 이에 잘 대응해야 업사이드를 낼 확률이 높다"며 ?"GP가 기업의 밸류업에 얼마나 능한지, 밸류업 경험이 많은지를 살펴보고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LP 세컨더리 투자 기회가 항시 있는 건 아니다. 유동성이 급해 펀드 만기 전 엑시트를 원하는 LP가 나올 때 투자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LP 세컨더리 펀드 운용 업무가 없을 때 김 상무는 일반 기업 발굴에 나선다. 최근 관심 있게 보는 분야는 인구·노동력 감소, 에너지, 사람간 네트워킹 이슈로 관련 기업을 탐색하고 있다.

일반 기업 지분 투자 시 그는 '구체성'을 본다. 김 상무는 "본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좀 구체적인 회사인지, 그리고 게임 체인저인 회사인지에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299억원 규모 '퀀텀세컨더리제1호' 운용

퀀텀벤처스코리아는 1개 LP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결성한 299억원 규모 '퀀텀세컨더리제1호'다. 대펀은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 핵심 운용역이 김문선 상무다. 펀드는 결성돼 있고 엑시트를 앞둔 지분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인수해오는 구조다. 퀀텀벤처스코리아는 퀀텀세컨더리제1호를 결성하면서 딥테크 직접투자 중점적이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효과를 봤다.

김 상무는 모태펀드에 있을 때부터 LP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투자운용 및 조사분석 부서에서 펀드 정관 규약 등 해외 시스템을 도입하는 작업을 여러차례 진행하면서다. 벤처펀드 벤치마크, 유니콘 통계, 임팩트 투자 등을 국내 시장에 처음 들인 게 그다. 국내에서 가장 큰 LP로서 여러 GP를 접했다는 점 또한 김 상무가 LP 세컨더리 펀드 운용에 적임자인 이유다.


◇트랙레코드2 : 치매치료시장 게임체인저 '바이오오케스트라' 베팅

김 상무는 퀀텀벤처스코리아에 합류한 뒤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오오케스트라 딜을 발굴했다. 2022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 합류해 30억원을 베팅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뇌혈관 장벽을 통해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텍이다. 현재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기술성평가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 투자와 관련해 김 상무는 "알츠하이머는 인구 노령화과 관련해 큰 이슈이나,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라며 "지금까지 퇴행성 뇌질환 특히 알츠하이머 관련 기업이 전부 증상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했다고 한다면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신경 재생 등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향후계획 : VC 성숙도 바로미터 "LP 세컨더리 성공 사례 만들 것"

국내에서 LP 세컨더리 펀드는 개화 단계에 불과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미국 중심으로 지난해 기준 세계 172조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빈약하다. 미국 벤처시장에서는 최근 5년간 결성된 펀드 금액의 12~13%가 세컨더리 거래로 연결되며 금융기관과 연기금도 세컨더리 펀드에 과감히 지분을 팔고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LP 세컨더리 펀드는 장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단 점이다. 일반적인 LP가 펀드의 전략만 보고 출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리스크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한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이므로 회수가 빠르다. 펀드에 투자한 그 해에 배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러 펀드의 지분에 분산 투자한 구조이므로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김 상무는 LP 세컨더리 펀드의 정착이 국내 벤처시장 성숙도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라고 본다. 그는 "LP 세컨더리 펀드는 중간 회수시장의 역할을 한다"며 "벤처투자를 꺼려하는 이들의 이유 중 하나가 장기투자에 따른 부담 때문인데, 중간에 지분을 언제든지 팔고 나가도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펀드가 있다는 건 민간이 이 시장에 더 편안히 들어올 수 있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메인 업무인 LP 세컨더리 펀드 소진이 목표다. 그는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LP 세컨더리 펀드 운용을 잘해서 민간 주도로 고도화된 벤처시장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지금 지분을 팔고 나가려는 LP가 나중에 다시 벤처투자 시장에 LP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목표다. 그는 "LP 세컨더리는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모인 포트폴리오를 내 관점으로 다시 보고 평가해 인수하는 것"이라며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초기 기업을 만나면서 시장 트렌드에 대한 감각, 나만의 관점을 만들고 그런 투자를 많이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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