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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는 지금]'사노피 딜 잊어라'…항암·임상 내세운 '버전2' 선뵌다①올해 상반기도 흑자, 지속가능기업 고민…항암 '자체임상' 새로운 활로 개척

홍숙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23-09-11 11:18:22

[편집자주]

흑자 기업이 된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와의 1조4000억원의 기술이전 빅딜에 힘입어 국내 바이오텍의 지향점인 '영속'에 가장 근접했단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적어도 불완전한 핵우산같은 사노피 빅딜이 없이도 '필멸'을 거스를 저력이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입증해야 한다. CNS 명가를 너머 항암신약 명가, 그리고 빅바이오텍으로의 항해로 분투 중인 에이비엘바이오의 '지금'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작년 1월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에 기술이전(L/O)한 사례는 여전히 업계에 회자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총 계약금 1조4000억원 중 선급금(업프론트)만 900억원을 받아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이오텍이란 명성도 얻었다.

문제는 '빅딜 이후'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지속가능 기업의 기틀을 마련키 위해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그리고 재원마련 등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사노피 빅딜의 후광효과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제 임상 역량은 앞세우는 '버전2(Ver.2)'를 준비 중이다. 중추신경계(CNS) 이외의 파이프라인으로 경쟁이 치열한 '항암'을 겨냥했다. 1세대 바이오텍들이 맞이한 불명예를 거스를 동력으로 항암을 내세운 이유는 뭘까.

◇"사노피 빅딜만 갖고 흑자바이오텍 영속 가능한가"란 물음, 대 변화의 시작

작년 1월, 에이비엘바이오는 새해 벽두부터 1조4000억원의 기술이전 빅딜을 알렸다. 빅딜의 힘은 막강했다. 이에 힘입어 작년 연간 기준 실적으로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 기조는 이어진다. 별도 기준 매출 477억원, 영업이익은 121억원이다.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에 대한 단계별 마일스톤이 계획대로 유입된 결과다. 올해 1월 기준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모두 포함해 총 1억2000만달러(약 1525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직전 3년간 해마다 500억원을 넘나드는 연구개발비를 지출했지만 이를 상쇄하고 남는 규모다.


다만 이 흑자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허가와 상업화 단계에 성공해 남은 마일스톤이 모두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최대 9억8500만달러(약 1조1820억원)를 받는다. 그러나 ABL301 임상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 단계(1상)다. 잔여 마일스톤 대부분은 후기 임상과 상업화에 도달해야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차가 적잖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연평균 지출하는 R&D 비용은 약 500억원이다. 사노피로부터 초기 임상 마일스톤을 제때 그리고 차질없이 달성한다 쳐도 이 것만으로 매년 흑자를 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에이비엘바이오에 변화가 필요하단 점에 대내외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여타 바이오텍처럼 연구개발비와 판관비를 줄이거나 구조조정 등 출구전략을 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에이비엘바이오는 R&D 강화에 집중하며 추가 성과에 힘을 주고 있다.

◇'항암 입지 다진다' 명확한 IR 전략 탑재… '타깃·경쟁사·시장' 등 면밀한 분석

후속 빅딜을 위한 고군분투 끝에 꺼내든 구체적인 방향성은 '자체 항암 임상'이다. 올해 시장에 내놓은 에이비엘바이오의 IR 자료엔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항암신약 전략이 명확히 나타난다.

자료의 적잖은 부분을 항암제에서 각광받는 타깃, 이에 대한 에이비엘바이오의 개발 전략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전임상 프로그램 거래인 사노피의 빅딜이 메인 페이지를 채웠던 작년과 달리 올해 자료에는 '(본)임상 중심 바이오텍 ABL Bio'라는 문구로 회사가 지향점을 설명한 것도 눈길을 끈다.

각 타깃의 장·단점 분석, 어느 암종에서 효과가 유의미한지, 개발 경쟁 현황은 어떤지 등을 짚었다. 이와 함께 각 타깃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의 항체를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파이프라인 소개로 넘어간다.


국내 'CNS 대표주자' 에이비엘바이오가 IR 자료에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게 항암 전략을 담았다. 일면 어색한 옷을 입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에이비엘바이오의 치료기술(모달리티) 근간은 이중항체다. 글로벌 시장에선 수많은 항체 기반 항암신약이 탄생했다. 항체 치료제 개발사가 다름 아닌 '항암시장'을 본다는 극히 자연스런 포석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사노피와의 딜 이후 항암 자체 임상에 주력하고 있는 게 맞다"며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항암 시장 분야에서는 CNS와 달리 본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추가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층 경쟁 치열한 '항암'시장서 다양한 옵션 탑재로 만전

항암 시장은 CNS보다 규모는 크지만 경쟁이 더 치열하다. 이에 에이비엘바이오가 꺼내드는 카드는 앞서 사노피 때와는 거래 구조를 다르게 짜는 것이다. 전임상 단계에서가 아니라 자체 임상을 어느 정도 진행해 '사이즈'를 키운 뒤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항암 물질 중 ABL001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담도암 병용 임상(파클리탁셀) 2/3상을 진행 중이다. 향후 상업화에 여부에 따라 마일스톤 유입도 기대된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보유 중인 항암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상업화에 가깝기도 하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하는 임상 파이프라인은 아니다. 작년 국내 1b상을 마무리했는데 국내 개발은 L/O를 거쳐 한독이 담당한다.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무대는 또 다른 L/O를 거쳐 컴패스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가 담당한다.

결국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를 지탱할 중추는 직접 임상에 참여할 여지가 있는 프로그램에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이맵과 손잡고 임상을 진행 중인 'ABL503' 쪽으로 귀결된다.

최근 임상 1상 결과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암 여부를 구분하는 특정 종양표지자 PD-L1과 4-1BB를 동시에 공략하는 ABL503은 최근 고형암 환자 대상 임상 1상에서 완전관해(CR) 1건,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 3건이 보고됐다. 관해는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암 병변이 줄어들거나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신규 타깃을 발굴하고 L/O 외에 가속승인을 통해 상업화 주기를 앞당긴다는 구상도 내놨다. ABL111(Claudin18.2x4-1BB), ABL105(HER2x4-1BB), ABL202(ROR1 ADC), ABL103(H7-H4x4-1BB) 등 나열한 항암 파이프라인 중에서 비전을 이룰 기대주를 찾을 계획이다. 각각 미국, 중국, 호주 및 한국에서 14개 이상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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