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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지금]'빙과 양강' 만든 신의한수, 해태아이스크림 품고 ‘훨훨’①연매출 1조원 시대 열며 성장 정체 극복, 스테디셀러 기반 해외매출 '껑충'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14 10:10:56

[편집자주]

빙과업체 빙그레가 한동안 성장정체에 빠져 고민이 깊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기업과의 제휴, 신제품 출시 등 노력에도 매출 8000억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행된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빙그레의 성장 트리거가 되며 연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계획하며 추가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빙그레의 경쟁력 등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재무현황과 미래 성정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로나·투게더·더위사냥·붕어싸만코·슈퍼콘’ 그리고 ‘바나나맛 우유’ 빙그레는 누가 들어도 알만한 스테티셀러를 중심으로 국내 빙과시장을 공략해 왔다.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과 내수시장 한계 등으로 성장 정체 국면에 빠졌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매너리즘에 빠진 빙그레를 ‘한 방’에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단숨에 빙과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도약하며 연 매출 1조원의 시대를 열었다. 아울러 최근 메로나 등이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성장 엔진을 장착한 빙그레는 '빙과 강자'로 우뚝 선다는 계획이다.

◇ 타의로 시작된 유가공 사업, ‘형제 갈등’으로 계열분리

빙그레는 ‘한국화약’ 한화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된 유가공 업체다. 독립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1981년 한화그룹 창업주 고 김종회 회장이 별다른 유언 없이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장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차남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10년여에 걸쳐 법적 다툼을 벌였다. 이 갈등은 김호연 회장이 빙그레를 가지고 독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화그룹의 유업계 진출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자의에 의한 건 아니었다. 당시 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벌이던 낙농업체 대일유업이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자 정부가 나서 인수자를 찾아 나섰고 한화그룹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한국화약’ 그룹이 다소 결이 맞지 않는 유가공 업체를 품게 된 이유다.

‘다이너마이트 킴’ 고 김종회 회장은 기존 화약사업과 상이하게 다른 유가공 사업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룹 이미지 완화와 높은 수익성 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1973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대일유업(현 빙그레)은 이듬해부터 메가 히트작을 연이어 출시하며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1974년 출시된 ‘투게더’는 국내 최초로 생우유를 넣은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론칭 첫해부터 엄청난 인기를 구사했다. 빙그레를 대표하는 음료인 ‘바나나맛 우유’도 같은해 태어났다.

1981년 고 김 회장이 작고한 이후 사명을 지금의 빙그레로 바꾼 뒤엔 제품 포트폴리오를 라면, 과자 등으로 확장하며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고자 했다. 주력 제품이 아이스크림인 탓에 여름과 겨울 간 매출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겨울에도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라는 한계와 함께 1995년 고름우유 파동으로 유업계가 크게 휘청이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이에 적자를 내던 라면과 베이커리 사업부를 각각 풀무원과 SPC삼립에 매각했다.

빙그레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던 빙과사업과 유가공사업에 집중하기로 하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 빙그레 뒤바꾼 ‘한 방’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빙그레는 이후 아이스크림 등 냉동품목과 바나나맛우유 등 유음료를 중심으로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왔다. 매출액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긴 했지만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7000억원~8000억원 박스권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였다.

메로나, 투게더, 바나나맛 우유 등 스테디셀러가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중간중간 해외기업과의 제휴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 등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던 중 빙그레는 ‘한 방’을 계기로 연 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난 2020년 해태제과식품의 빙과부문에서 물적분할된 법인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325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 30억원의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지만 주력사업인 빙과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통 큰 베팅에 나섰다.

당시 빙과시장 점유율 2위 빙그레(26.7%)는 4위 해태아이스크림(14%)를 품으면서 1위인 롯데제과(29.6%)를 두 배가량 앞지르게 됐다. 시장 입지뿐 아니라 실적에서도 매출 정체에 빠졌던 빙그레에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빙그레는 이후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9년 878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0년 9591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21년 1조1474억원, 2022년 1조26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3년간 보인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3.1% 수준이다.

수익성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비용절감,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극복해냈다. 빙그레 영업이익은 2020년 398억원에서 2021년 262억원으로 34.2% 감소했지만 지난해엔 50.4%의 증가율을 보이며 39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마이너스(-) 193억원을 기록하며 한 차례 적자를 낸 적 있는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88억원을 부과받은 영향이다. 빙그레는 앞서 경쟁사와 아이스크림 가격, 거래조건 등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빙그레는 올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822억원, 590억원이었는데 전년동기 대비 10.0%, 159.9%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02.6% 증가해 4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여름 무더위로 내수시장 매출도 늘었지만 외국에서 메로나 매출이 약 15% 증가하는 등 해외매출이 급증해 전체 실적이 껑충 뛰었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폭이 큰 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빙과 해외매출’의 성과 때문이다. 자회사로 편입된 해태아이스크림이 흑자 전환도 영업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와 함께 매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해태아이스크림의 흑자전환 외에도 비용절감, 경영 효율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 등이 겹쳐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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