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지금]재무지표에 녹아있는 8년간의 노력②K-IFRS 도입으로 부채비율 증가, 실적부진 불구 ‘자산유동화’로 재무구조 개선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22 07:33:21
[편집자주]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5년 9월 7.2조라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 '메가 딜'의 주인공이 되며 최고 기대주로 꼽혔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MBK의 '아픈 손가락' 신세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신선식품이라는 활로를 찾으며 역성장 고리를 끊어냈다. 더벨은 반등에 성공한 홈플러스의 지난 8년을 되짚어 보고 변화된 재무·사업구조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의 재무지표를 보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처럼 보인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대비 12배 증가한 4458억원에 달하고 자본 감소 영향으로 부채비율도 664%에서 994%로 치솟았다.하지만 숫자 속에 내포된 의미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신호도 읽힌다. K-IFRS 회계기준 적용으로 부채로 계상되는 항목이 늘어 재무지표는 나빠졌지만 총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아울러 자산유동화를 통해 인수금융 규모도 8년 전 4조700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 ‘인수 8년’ 실적 하락 지속, 결손금 확대
홈플러스의 실적은 2015년 9월 시장에 매물로 풀리기 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인수가 7조2000억원을 적어넣은 MBK파트너스가 지나치게 무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2013년 회계연도(2013년 3월~2014년 2월) 8조9298억원에서 2014년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8조5682억원으로 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383억원에서 2409억원으로 28.8%나 감소했다.
특히 기업의 현금창출능력 지표로 쓰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758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EBITDA가 1조원에 육박했지만 MBK파트너스가 인수하는 시점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이후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8조원대였던 매출액은 2015년 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에 6조8321억원으로 20.3% 감소하더니 이후 2019년 회계연도까지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실적 회복에 힘썼지만 2022년 회계연도까지 6조원대 매출이 지속되고 있다.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인수 전부터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2월 영업이익 338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2년 2월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2023년 2월에는 영업손실 260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찍었다. 당기순손익 역시 최근 2년간 적자 흐름을 보이며 결손금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 부채비율 급증? 회계기준 변화·대형마트 특성 따져봐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무상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잇따른 순손실은 자본 감소로 이어졌고 재무지표에 악영향을 미쳤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664%에서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994%로 껑충 뛰었다. 총차입금은 1조4349억원에서 1조2968억원으로 9.6%(1381억원) 감소했지만 총자본 감소폭이 더 커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부채비율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두 가지 특별한 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K-IFRS 도입이다. 2018년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까지만 해도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유지되며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1년 뒤 갑자기 895.5% 수준으로 급증한 건 외부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19년 2월 전까지 ‘일반기업회계’ 기준을 적용해 운용리스를 부외부채로 인식해왔지만 그 이후부터 새 회계기준인 K-IFRS를 감사보고서에 적용하면서 부채비율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K-IFRS는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K-IFRS 도입으로 과거 자본으로 인식됐던 상환전환우선주가 부채로 넘어간 점도 부채비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모로 들어가는 자본 감소와 분자로 들어가는 부채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 부채비율이 껑충 뛰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두 번째는 대형마트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대형마트는 점포 임대료를 비롯해 물류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만큼 대규모 리스부채가 동반된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3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여기에 자산유동화 작업이 추가됐다.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점포 매각과 세일&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진행한 영향으로 리스부채로 잡히는 점포임대료가 빠르게 늘어났다.
◇ 최근 3년 자산유동화 규모만 3조, 인수금융 거의 다 갚았다
홈플러스는 최근 3년간 자산유동화에 집중해 왔다. 지난 12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자 점포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상당부분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됐다.
시장 일각에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엄연한 주주의 경영 활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를 검토하던 시점부터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에 높게 평가하고 이를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 중 하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홈플러스 인수금융은 이자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도 있었다. 2015년 9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4조7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는데 여기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계열사 대여금 형식으로 지원한 2조2000억원에 대한 차환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대여금 이율이 연 13%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영국 테스코 본사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만 1년에 2860억원에 달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계약과 함께 국내 금융사 52곳을 대상으로 인수금융을 진행했고 해당 자금으로 테스코 대여금을 곧바로 상환했다. 인수금융 이자율은 연 4% 후반대였다.
게다가 MBK파트너스는 테스코가 세웠던 홈플러스 매각 전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 계획도 방어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배수진을 치며 배당 철회를 강하게 주장했다. 통상 SPA 계약 전 거래가격을 깎는 경우가 많지만 테스코의 배당 철회를 감안해 인수가격을 소폭 올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인수금융 상환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8년간 인수금융 상환에 나선 금액만 4조원이 넘는다.
첫 시작은 인수 이듬해인 2016년 5월께 이뤄졌다. 홈플러스는 동대문점을 비롯해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북수원점 등 5개 점포를 세일&리스백 방식으로 일괄 매각했다. 이후 무의도 연수원, 물류센터 등 처분도 진행됐다.
2019년 10월 리파이낸싱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점포 중심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안산점, 대전둔산점, 대구점, 대전탄방점, 부산가야점, 동대전점, 연산점, 해운대점을 매각하고 시화점, 울산점, 구미점은 세일&리스백으로 정리했다. 2020년부터 3년동안 점포 처분을 통해 마련한 자금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자금의 상당부분을 인수금융에 활용했다. 나머지는 메가푸드마켓을 위한 리핏 비용 등 운영·투자자금으로 쓰였다. 지난 7월 말 기준 홈플러스에 남아있는 인수금융은 5000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8년 동안 4조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상환했다”며 “최근 실적도 반등한 만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전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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